서울 스케치

초여름의 감성을 야외에서 느낄 수 있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

오래된 음식점을 뜻하는 ‘노포(老鋪)’는 수십 년째 명맥을 이어온 장삿집이다. 자칫 허름할 수도 있지만, 노포에 역사와 이야기가 깃든 이유이기도 하다. MZ세대는 기꺼이 그 해묵고 오래된 감성을 체험하고 나누길 즐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야외에서 즐기는, 초여름 감성 충만한 노포 네 곳을 소개한다.

옛날 유람선에서 즐기는 멋진 낭만
한강 뷰 맛집

초여름 ‘서울에서 가장 시원한 곳’ 하면 두말할 것 없이 한강을 꼽을 것이다.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 지수가 순식간에 내려갈 듯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불판에 지글지글 삼겹살까지 구워 먹는다면 이만한 즐거움이 또 어디 있으랴. 최근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강 삼겹살 고깃집은 잠두봉 선착장에 자리한 ‘잠두봉더나인’이다. 옛날 유람선 분위기가 가득한 곳에서 양화대교를 배경으로 멋진 풍경까지 즐길 수 있으니 ‘MZ 갬성’을 저격하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한강을 물들이는 낭만적인 노을은 덤이다. 1층부터 3층까지 공간이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가까이에서 한강을 즐길 수 있는 1층 강변석은 오후 5시쯤에는 이미 만석이다. 대표 메뉴는 두툼한 삼겹살과 목살이고, 맥주와 소주를 비롯한 주류와 음료수도 판매한다. 한강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한강 라면과 즉석밥은 셀프다.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마포나루길 582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

시장통에서 즐기는 레트로 감성
할매니얼 맛집

남대문·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앙시장은 최근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에 선정돼 2026년까지 명실상부 서울의 대표 시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곳에는 맛과 실속으로 똘똘 뭉친 옹골찬 노포가 많다. 메뉴는 말린 생선이나 떡처럼 그동안 젊은 층이 주로 찾지 않던 전통 음식이 대부분이다. 이 음식들은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로 불리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많은 유튜브와 TV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된 노포 식당의 대표 메뉴는 역시 반건조 갑오징어로, 두툼한 살에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반건조 민어, 우럭, 서대도 덩달아 인기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장통에서 먹는 게 포인트. 인근에는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신당동떡볶이타운과 이른바 ‘득템’하는 재미가 쏠쏠해 기성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레트로 감성을 즐기는 동묘벼룩시장이 있다.

주소 : 서울시 중구 퇴계로85길 36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 ·6호선 신당역 2번 출구

“인근에는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신당동떡볶이타운과 이른바 ‘득템’하는 재미가
쏠쏠해 기성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레트로 감성을 즐기는 동묘벼룩시장이 있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핫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옥상

서울에서 삼겹살 맛집 좀 꿴다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 법한 곳이 어느새 핫플이 된 곳, 바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10층 옥상정원에 자리한 두 식당이다. 그중 한 곳은 1990년에 영업을 시작했으니 34년째 자리를 지킨 셈이다. 개업 당시엔 가게 안에서만 장사를 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식당 앞뒤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했다. 나란히 자리한 다른 식당도 야외에 테이블을 놓았다. SNS에서 이색 야외 고깃집으로 알려지면서 오후 6시 이후엔 대기자가 발생하기 일쑤다. 금요일과 주말엔 재빨리 대기표부터 챙기는 게 상책이다. 건물 처마가 앞으로 많이 돌출돼 있어 비 내리는 날에 특히 운치를 더한다. 해 질 녘 노을과 야경 감상은 옥상 고깃집만의 전매특허다. 두 식당 모두 대표 메뉴는 돼지고기이지만 한 곳은 지리산 토종 돼지고기와 고추장 두루치기, 다른 한 곳은 흑돼지 생오겹살과 소고기다. 영업 마감이 오후 10시로 빠른 편이다.

주소 :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 194

찾아가는 길 :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2번 출구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을지로 노가리 골목

서울시청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아우르는 을지로 거리. 이 구간에서 가장 힙한 곳은 을지로3가역 주변이다. 한때 영화의 거리, 인쇄 골목 등으로 알려져오다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힙지로(힙한 을지로)’란 별명을 얻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으로 알려진 이곳은 1980년에 최초로 문을 연 ‘을지OB베어’를 시작으로 10여 개에 달하는 호프집이 연이어 생겨나면서 노가리 굽는 냄새가 골목에 진동했다. 지금은 그 열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주중엔 여전히 맥주에 노가리, 골뱅이, 치킨으로 하루를 마감하려는 직장인들이, 주말엔 노포 감성을 체험하려는 MZ세대가 이곳을 찾고 있다.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서 맥주 한잔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취한다. 노가리 골목의 원조 격인 을지OB베어는 을지로3가역 9번과 10번 출구 중간 지점에 있다.

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13길 15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3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