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서울시의회에 바란다

기성훈 머니투데이
정책사회부 부장

7월의 서울 중구 세종대로는 새로운 출발의 열기로 가득했다. 제12대 서울시의회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118명의 의원으로 출범한 이번 의회는 초선 의원이 74명에 달해 10명 중 6명 이상이 새 얼굴이고, 여성 의원도 43명(36.4%)으로 늘었다. 30대(22명)와 40대(33명) 의원이 절반에 가까운 의회라는 점도 눈에 띈다. 숫자만 보면 그야말로 “새로운 서울시의회”다. 시민들이 12대 의회에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더 많이 다투되, 더 적게 소모하고, 더 넓게 듣되, 더 빨리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다양성’을 숫자로만 끝내지 않는 일이다. 12대 의회는 연령과 성별, 경력 면에서 분명 이전보다 다채롭다. 그러나 다양성은 의석 배분표에 적힌 통계가 아니라 의정 과정에서 드러나야 한다. 청년 의원이 늘었다면 청년의 언어로 주거·일자리·이동권 문제를 다뤄야 하고, 여성 의원 비중이 높아졌다면 돌봄과 안전, 일·생활 균형 같은 의제가 더 이상 부차적 의제가 아니라 중심 의제가 돼야 한다. 세대교체는 얼굴만 바뀌는 일이 아니라 의제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일이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초선의 패기와 다선의 경험이 충돌보다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의회는 초선 비율(62.7%)이 매우 높아 변화의 에너지가 크다. 새로 의회에 들어온 의원들은 시민의 감각에 더 가까운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선·삼선 의원들은 행정과 예산, 조례 심사의 구조를 잘 안다. 진정 성숙한 의회가 되려면 이 둘이 서로를 견제하는 데만 머물지 말고,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야 한다. 시민은 ‘새롭기만 한 의회’보다 ‘새로우면서도 일하는 의회’를 원한다.

세 번째로는 집행부 감시와 협치의 균형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인구와 예산, 사업 규모 면에서 전국 지자체 중 최대 규모다. 시의회는 서울시정을 견제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를 반복해서는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없다. 특히 교통, 주거, 복지, 교육, 기후 대응처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제는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의장이 힘을 합쳐야 진전된다. 다만 협치는 타협을 뜻하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끝까지 따져 묻는 날카로움이 있어야 협치도 신뢰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12대 의회에 바라는 가장 큰 기대는 시민에게 더 가까운 의회가 되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회의장 안의 말보다 회의장 밖의 삶이 더 중요해진다. 시민은 거창한 선언보다 버스 배차, 학교 주변 안전, 골목길 정비, 돌봄 공백 해소 같은 구체적 변화를 보고 싶어한다. 좋은 의회는 요란한 구호보다 묵묵한 실천으로 기억된다.

새 의회는 늘 기대와 경계가 함께 걸린다. 이번 의회는 분명 강한 다수와 분명한 소수의 구도가 공존한다. 그렇기에 더 필요한 것은 승패의 기억이 아니라 책임의 감각이다. 그동안 주변화되기 쉬웠던 생활의 문제를 정책의 한복판에 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12대 의회가 세대와 성별의 다양성을 진짜 힘으로 바꾸고, 말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의회가 되길 바란다. 시의회 벽면에 게시된 “앞으로 4년 더 나은 서울을 만들겠습니다!”라는 118명 시의원들의 다짐이 4년 뒤 큰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