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예산·조직권 독립 필요하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의정센터 연구위원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아울러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헌법 기관 중 하나인 지방의회의 독립성·책임성·실효성 강화에 관한 직간접적 제도 개선 노력이 상당 부분 반영됐으나 여전히 지방의회 위상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취약한 실정이다. 제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지방의회법』 제정에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법 제정의 필요성과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지방의회법』 제정의 필요성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에 비해 조직이나 권한 등이 취약해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결국 지방의회를 지탱하는 법적 근거가 견고하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방의회의 경우 별도의 법이 아닌 『지방자치법』 내 일부에 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위상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해 법적 제한과 역할의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돼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조직 편성권이 부여되지 않아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이 밖에도 정책지원 전문인력(정책지원관) 제도가 도입됐으나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조직권이 집중된 점은 변하지 않아 집행부에 종속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과제
『지방의회법』 제정에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그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네 가지 권한이 포함돼야 한다.
첫째, 예산 독립 편성권의 부여다.
국회는 『국회법』 제23조에 따라 국회 운영 예산 독립 편성권을 보장받지만, 지방의회의 예산편성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다. 그마저도 상위 법령인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 의회비 12개 항목 이외에 의회 경비를 편성할 수 없어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
할 집행기관이 지방의회의 예산을 결정하는 모순이 존재해 지방의회의 집행부 종속성이 심화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의회 사무기구 조직권의 부여다.
지방의회 사무기구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자율적인 조직 편성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며, 이에 따라 광역의회와 일부 대도시 의회의 경우 사무처장 혹은 사무국장 밑에 담당관 또는 팀장이 처장이나 국장의 지휘를 받고 있다. 또 기준 인건비의 제약하에서 자율적인 조직
설계가 불가능해 사무기구의 조직에 관한 권한이 미약하고, 이를 집행부에 의존하고 있어 지방의회의 자치조직권 부여가 『지방의회법』 제정에 반영돼야 한다.
셋째, 지방의회의 지원 조직 강화다.
국회는 사무처를 포함해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의원실 보좌관 등의 다양한 입법 활동 지원 조직이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사무기구(사무처, 사무국, 사무과)와 전문위원, 그리고 이번에 새로 도입된 정책지원관 등이 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정책지원관의 경우 의원 2명당 1명씩 지원돼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돕는 데 한계가 있어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넷째, 의회직렬 신설이다.
지방의회 사무기구 직원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의회에 대한 소속감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의회직렬을 신설해 지방의회 입법 활동과 의정 활동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서울시의회의 역할
서울시의회는 지방분권TF를 구성해 지방의회 기능 강화 및 지방분권의 실효성 확대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한 7대 과제를 발굴해 국회에 제출하고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1차적 성과를 거둬 국회에 『지방의회법』이 계류됐으나 국회 회기 만료로 법 제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맏형’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11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국회의원을
찾아가 지방의회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을 건의하고 국회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회는 시도의장단협의회 및 시군자치구의장단협의회와 지방의회 전문가, 시민 단체 등이 참여하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언론에 『지방의회법』 제정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중앙 및 지방 협의회에 『지방의회법』 제정이 주요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