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케치

‘탁족’으로 더위를 식혀줄 서울의 계곡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에서 선비들의 여덟 가지 피서법 중 하나로 ‘탁족’을 소개했다. 선조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가 더위와 시름을 쫓고 풍류를 즐겼다. 서울에서 탁족을 즐길 수 있는 계곡들을 소개한다.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는 수성동계곡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 종로구 옥인동. 이곳에 수성동계곡이 있다. 물소리가 좋고 크다는 뜻으로 ‘수성’이라 불린다. 겸재 정선은 <장동팔경첩>을 통해 수성동계곡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수성동계곡 전망대에 서면 인왕산과 우거진 숲, 기암이 자유롭게 흩어진 계곡이 한눈에 펼쳐진다. 특히 기린교는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돌다리로 겸재의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기린교를 에두른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쉬어 가기 좋은 정자가 나온다. 인왕산의 늠름한 풍모와 계곡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계곡의 진수를 확인하고 싶다면 비가 올 때나 그다음 날 찾아보길 추천한다. 수성동계곡은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종로구청 도시녹지과 02-2148-2836

종로구 옥인동 185-3

탁족의 묘미 즐기는 수락산 벽운계곡

‘물이 떨어진다’는 뜻의 수락산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와 능선, 암반까지 등산의 묘미가 가득해 사계절 찾는 이가 많다. 벽운계곡은 수락산역에서 불과 1km 남짓한 곳에 자리한다. 계곡 하류에 줄지어 있는 식당가를 지나 무장애탐방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우거진 숲과 넓은 품을 자랑하는 계곡이 이어진다. 지난해 노원구는 이 구간에 ‘수변 힐링타운’을 조성했다. 텐트 없이도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다. 유아숲체험장 등 산책하기 좋은 코스도 여럿 있다. 이 구간을 지나면 조붓한 숲길과 크고 작은 바위가 조화로운 계곡을 마주한다. 이곳에서 탁족을 즐긴다면 황제의 피서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노원구청 푸른도시과 02-2116-3946

노원구 상계동 1248

서울의 비밀 숲은 여기, 백사실계곡

백사실계곡은 조선시대에 ‘백악(북악산)의 경치가 좋은 곳’이라 불리던 ‘백석동천’에 자리한다. 세검정 터에서 출발해 골목을 경유한 뒤 현등사를 지나면 이전과 사뭇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오솔길을 따라 펼쳐진 녹음에 힐링을 느낀다. 숲길은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통로를 닮아 아늑하고 고요하다. 이 계곡은 비가 오는 날이 아닌 이상 콸콸 쏟아지는 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곳을 서울을 대표할 만한 비밀의 숲으로 꼽는 이유는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 때문이다. 백사실계곡은 서울시 보호 야생동물인 도롱뇽이 서식하는 곳이기에 물놀이를 할 수 없다. 탁족을 즐기고 싶다면 현등사 앞 계곡을 추천한다.

창의문안내소 02-730-1365

종로구 부암동 115

북한산국립공원이 품은 진관사계곡

서울의 진산, 북한산국립공원(836m)의 백미는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암봉에 있다. 그 암봉 사이에는 수십 개의 계곡이 자리한다. 진관사계곡은 북한산 향로봉과 비봉 사이 비봉능선에서 진관사 방면으로 이어진 계곡이다. 진관공원지킴터에서 일주문을 지나면 계곡 옆으로 숲길이 이어진다. 극락교에 이르러 진관사 경내를 에두르는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진관사계곡의 시원한 풍경을 마주한 채 걸을 수 있다. 이후 세심교를 건너 계곡과 맞닿은 등산로를 걸으면 한가로이 흐르는 맑은 물처럼 보는 이의 마음도 맑아진다. 진관사계곡은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으니 지정 탐방로를 따라 계곡을 즐기길 바란다.

북한산국립공원 02-909-0497

은평구 진관길 73

소서팔사(消暑八事)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오는 날 한시 짓기 ,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