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선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2000~2024
세계적 건축 거장의 작품이 한자리에

세계 정상급 건축가와 예술가가 최신 건축 트렌드를 선보이는 무대인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의 작품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찾아왔다.

정상급 건축가와 예술가가 선보이는
특별한 파빌리온의 향연

영국 런던에 위치한 왕실 공원인 켄싱턴 가든 내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는 2000년부터 세계적 건축가들의 특별한 파빌리온(Pavilion ; 한시적인 구조물)을 선보여왔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2024년에 이르기까지 25년간 공개한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사진, 영상, 모형 등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연다. 바로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2000~2024>이다. 이 뜻깊은 자리는 서울시와 서펜타인 갤러리의 긴밀한 교류로 이뤄졌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갤러리의 여름 임시 별관으로, 해마다 주목받은 정상급 건축가와 예술가의 뛰어난 역량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거쳐간 인물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 최고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구상한 프랭크 게리 등이 있다.

아울러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선정의 영예를 누린 조민석 건축가가 올해 6월 발표한 파빌리온인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짙푸른 잔디 위의 별처럼 보이는 이 구조물은 원형 중심부로부터 뻗은 5개 공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인간이 건축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역사를 추적해 과거와는 다른 독창적인 방식으로 설계했다. 한국 전통 가옥의 안뜰인 마당에서 착안한 중앙부와 연결한 각 공간은 어떤 동선으로 살펴보는지에 따라 다른 기억을 선사한다.”
조민석 건축가

문화적 요소가 어우러진
공공장소의 비전과 가능성을 엿보는 무대

역대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한곳에 모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25년 역사에서 처음이기에 한층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공공장소의 비전과 가능성을 공유하려는 서울시의 눈부신 노력이 더해져 짜임새 있는 기획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비움홀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건축 거장이 모여 설계한 파빌리온 23개의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시대별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사진으로 담아온 유명 건축 사진작가 이반 반(Iwan Baan)의 작품까지 감상할 기회이기에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참고로 지난 8월 8일에는 조민석 건축가가 초청 강연에 나서 시민과 소통했다. 또 8월 13일에는 ‘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순간들 전시 기획, 큐레이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박희찬 스튜디오 히치 대표가 큐레이터로 등장해 전시 소개와 설명, 관련 강연, 관람 등을 지원했다.

전시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다면 전시관 지하 2층에 있는 서울 라이브러리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도시 건축에 관한 자료를 열람하는 복합 공간으로, 책장 사이의 터치 모니터에서 역대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건축 패널과 도면 등 각종 디지털 자료를 확대하거나 축소해 검색하도록 후면에 대형 멀티 터치스크린을 설치했다. 더불어 도시 건축 분야 잡지와 건축가 추천 혹은 전시관에서 진행한 북 토크 도서 등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