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모든 소방관을 대표해 무대에 올랐을 뿐입니다.” 작년 12월 소방청과 에쓰오일(S-Oil)이 공동 주최한 ‘2023 올해의 영웅소방관’ 시상식에서 최고 영웅 소방관의 영예를 안은 용산소방서 권태진 소방경이 겸손하게 밝힌 소감이다. 어느새 소방관 생활 30년 차에 들어선 그는 항상 올곧은 사명감으로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켜왔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용산소방서 권태진 소방경을 만나봤다.
‘우연’에서 ‘인연’으로 이어진 소방관 입관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4년간 몸담았던 육군특수전사령부에서 중사로 제대한 뒤 2년 동안 민간기업에서 근무했다는 권태진 소방경이 오가다 만난 소방공무원 채용 공고는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마침 특수부대에 있던 이력이 구조대원 경력 채용 응시 자격에 부합했기에 채용 과정을 통과한 1995년 8월
서초소방서에서 소방관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현장을 누비다 보니 어느새 소방관으로 활동한 지 30년에 이르렀습니다. 올해 7월부터는 이곳 용산소방서로 발령받아 현재 현장대응단 현장안전팀장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화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출동해서 각종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주위 소방대원에게 전파해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입니다.”
마찬가지로 예방 차원에서 현장 인근에 누군가 다가가지 않도록 안내와 통제에 최선을 다한다고 전한 그의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서울시민의 안전이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터득한 30년간의 경험
돌이켜보면 권태진 소방경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거저 얻어지지 않았다. 사명감 하나로 현장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터득한 결과다.
“화재 현장 사다리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어요. 소방관으로 근무한 지 4년 차 무렵에는 강남의 한 유명 제과업체 건물에 출동해 내부 구조 대상이 없는지 확인하던 중이었는데, 방화복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뜨거운 열기로 인해 더 이상 진입은 물론 되돌아 나오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순간 고립됐다는 아찔한 생각과 동시에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피부에 소름이 돋고 한기를 느낄 만큼 온몸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권 소방경은 그 짧은 순간에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판단했고, 결국 길을 찾아 나오면서 다행히 무사할 수 있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소방대원으로서 구조자를 안전하게 구하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가 하면 2008년 10월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현장에서 화재와 관련 없는 혈흔을 발견하기도 했다. 따라서 구조와 사고 수습 이후 의아하게 여긴 사항을 공유하고 보니 범인이 방화한 뒤 흉기를 휘두른 전말이 드러났다. 세심한 관찰이 이바지한 성과였다.
소방관으로서 느끼는 보람은 단 하나, 시민 안전
최근 활동했던 서울특별시 119특수구조단 반포 수난구조대에서의 일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강철교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한남대교까지 총 4개 다리 구간에서 수난사고가 생기면 대상 안전 확보나 구조, 수중 수색, 사망자 인계 등을 수행하는 업무였다. 이로써 권태진 소방경은 2023년 기준으로 도합
150여 건의 인명 구조 활동에 참여해 그해 말 영웅소방관 시상식에서 최고 영웅소방관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특별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조례 일부개정조례」 등으로 최근 서울시 소방공무원의 복지 증진과 처우 개선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만 여전히 소방 인력과 구급대원, 구급차 수가 인구 대비 부족한 만큼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여건 개선까지 이뤄진다면 더
좋겠다는 소망을 조심스레 드러낸 그는 ‘천생’ 소방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