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로 이뤄진 인왕산 숲속 쉼터 전경. 온전히 자연 속에 파묻힌 느낌을 선사한다.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인왕산
인왕산 숲속 쉼터 (구 인왕 3분초)
인왕 3분초는 ‘초소에서 파견된 가장 작은 군사 경계 조직’을 뜻하는 군사용어다.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를 중심으로 인왕산과 북악산 능선을 따라 수십 개의 초소가 설치됐고, ‘인왕 3분초’는 그중 세 번째 경계 지점이었다. 오랫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던 이곳은, 2021년 재단장을 거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쉼터의 백미는 단연 내부다. 정면과 양옆을 가득 채운 통창 너머로 인왕산의 산세와 숲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하늘은 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다. 두툼한 목재 천장은 공간을 아늑하게 감싸며 자연 속에 잠시 머무는 감각을 고요하게 일깨운다. 어떠한 자극도 없는 이 공간엔 책장 넘기는 소리와 창밖을 향한 조용한 시선만이 머문다. 인왕산 숲속 쉼터는 감시의 기억 위에 피어난, 서울 하늘 아래 가장 평화로운 정화의 공간이다.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위 상부 구조물을 철거하고, 초병의 거주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재구성했다. 오랜 반목과 통제의 상징인 인왕산 숲속 쉼터는 개방의 시대, 교류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역설이다.
-
하얀 외관과 파란 하늘이 조화를 이루는 클리오 사옥
-
자연이 한눈에 보이는‘테라피스’
클리오 사옥클리오 사옥은 4개의 박스를 비틀어 쌓은 듯한 독특한 외관에 층마다 테라스가 엇갈려 배치돼 있다.
이 건물의 핵심 개념은 ‘테라피스(Terraffice)’다. 땅(Terra)과 사무실(Office)을 합친 말로, 일터에서도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모든 층에 테라스를 마련했다. 그 덕분에 사무실에서 창문이 아닌 발코니를 통해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14층 루프가든에서는 리버 뷰와 파크 뷰, 멀리 남산 뷰까지 시야가 탁 트인다. 건물 외벽은 백색 프레임과 유리로 이루어져 성수동 도시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가끔은 회사 건물도 이렇게 근사할 수 있다는 걸, 이곳이 보여준다.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66
테라스와 복도 공간은 오피스가 지녀야 하는 융통성과 효율성을 넘어 자연과 교류하는 새로운 업무 공간을 보여준다. 외관이 역동적 형태임에도 섬세한 재료로 절제된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
투명함이 돋보이는 아케이드 ‘클라우드’, 시장 깊숙한 곳까지 파란 하늘빛이 들어온다.
-
전통시장 지붕에 내려앉은 구름
해방촌 신흥시장 아케이드 ‘클라우드’서울시 용산구 해방촌. 붉은벽돌 지붕 사이로 하얗고 둥근 구조물이 하나 떠 있다. 구름이 머문 듯한 이 독특한 지붕이 ‘클라우드’다. 전통시장이라는 일상 위에 도시의 하늘을 얹은 이 지붕은 건축의 미감과 공공성, 도시재생의 상징성을 모두 담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신흥시장은 한때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이었지만, 노후한 시설과 환경문제로 침체기를 겪으며 긴 시간 잊혔다. 그러던 중 2017년 시장의 변신이 본격화됐고, 그 변화의 중심에 클라우드가 자리했다. 신소재 ETFE(초극박막 불소수지필름)로 제작한 곡선형 지붕은 유리보다 가볍고 빛을 더 잘 머금어 실제 구름처럼 공간에 스며드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지붕 위로 올라선 시선의 변화다. 기존 전통시장이 1층에 머물렀다면, 신흥시장은 옥상이라는 공간을 하나의 ‘전망대’로 바꿨다. 낮에는 하늘과 남산이 맞닿고, 밤이면 서울 도심의 불빛이 천천히 번져 내려온다.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5-9
해방촌을 품은 새 지붕 ‘새로운 아케이드 프로토타입’ 클라우드는 건축가와 시공자의 시도와 노력으로 낡고 어두웠던 전통시장이 MZ세대의 힙스터 거리로 변신, 일대 상인들은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공간을 즐기게 하는 작품으로 크게 인정받았다.
-
서울 AI 허브 전경
-
층마다 하늘과 연결된 틈이 있어 곳곳에서
빛이 들어오는 서울 AI 허브
막힘 없는 공간, 막힘 없는 생각
서울 AI 허브
서울 AI 허브는 단단한 건물 같으면서도, 어딘가 가볍다. 천장이 높고, 벽이 드물고, 층마다 하늘과 연결된 틈이 있다. 그 틈 사이로 사람도,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오간다. 바로 올해 제43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따끈따끈한 건물이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메가플로어’라는 구조. 쉽게 말해, 한 층 전체를 벽 없이 넓게 이어놓은 ‘큰 바닥’ 같은 구조를 뜻한다. AI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교차해야 하는 일에는, 이런 구조가 잘 맞는다. 막힘 없는 공간이 막힘 없는 생각을 만든다. 틈과 계단, 보이드(뚫린 공간)가 있어 이곳저곳으로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다. 1층 로비는 시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공공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성(Seoul-ness): 다층도시(Multi-Layered City)’라는 ‘2025년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에 맞춰 서울의 고유성과 정체성, 지역성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낸 점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