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으로 잇는 동행

김은경(서울시 동대문구)

결혼을 이인삼각 경기에 비유한 누군가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살짝 웃으며 넘겼다. ‘결국 발목만 묶인 채로 불편해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결혼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비유가 얼마나 본질을 꿰뚫는 말인지 깊이 깨닫는다.
이인삼각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다.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보다, 서로의 걸음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먼저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내 속도에 상대를 맞추려 하기보다, 내가 먼저 멈춰 상대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둘이 하나가 돼 움직이지 못하면, 어느 한쪽이 무리해서 앞서 달릴수록 결국 둘 다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이 경기는 포기 없이 끝까지 함께 해야 의미가 있다. 누군가가 중간에 “더 이상 못 하겠어!” 하며 발을 빼버리면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결혼 역시 그렇다. 승패는 누가 먼저 골인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걸어갔느냐에 달려 있다.
돌이켜 보면, 결혼은 준비운동도, 감독도 없는 진짜 인생 경기다. 서로 발목이 묶인 채 울퉁불퉁한 길을 함께 걷고 뛰는 것이다. 힘에 부치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서로의 발목을 체크하며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이다.
때론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함께 일어나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승리다. 언젠가는 완벽한 호흡으로, 서로의 걸음이 하나 되는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느리지만 꾸준히(Slow & Steady)’ 그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