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있는데
‘지방의회법’이 없다

지난 30년간 지방자치는 제도적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지방의회를 뒷받침할 독립된 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행정을 견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역할에 비해 조직과 예산, 감사의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자치의 제도적 완성을 위한 시대적 과제로, 지금 『지방의회법』 제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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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정 의장은 정해권 인천시의회 의장과 함께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지방의회법』 제정 건의안을 전달했다.

지방자치 30년, 그러나 여전한 법적 공백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지만,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법이 없다. 남의 엔진을 빌려 쓰는 자동차를 상상해 보라. 지금 지방의회가 그런 상황이다.”
2025년 12월 최호정 의장(서초4·국민의힘)이 한 언론과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임기 막바지를 앞둔 시점이었지만, 최 의장은 인터뷰 상당 부분을 『지방의회법』 제정 필요성에 할애했고, 말에 그치지 않았다.
최 의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직접 면담을 갖고, 각 정당 지도부를 찾아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까지 이러한 행보가 이어졌다는 점은 『지방의회법』 제정이 특정 인물이나 특정 지역의 요구를 넘어 지방자치 3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시대적 과제이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제도적 숙원임을 보여 준다.
『지방의회법』은 독립적인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현행 『지방자치법』과 별도로 제정하려는 법률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헌법 제118조에 따라 설치된 헌법상 기관이지만, 실제 운영은 『지방의회법』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근거한다. 정부는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시행하며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제도화했다.
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지방의회로 이관됐지만, 조직 구성과 예산 편성 권한은 여전히 집행부 구조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법』 12개 장 가운데 일부 조항만으로 지방의회가 운영되다 보니, 의회의 역할과 책임에 비해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20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총 9건의 제정안이 발의됐다. 이 중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의회법』 제정안만 4건에 이른다.

  • 최호정 의장은 이준우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사무처장과 함께
    서범수 국회의원(사진 오른쪽)을 만나 『지방의회법』 조기 제정을 당부했다.

시민 불편 키우는 역할과 권한의 엇박자

지난 30년간 풀뿌리민주주의는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정책으로 경쟁하고, 단체장이 주민의 의견을 듣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지방자치가 한층 발전한 반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이 공동주최한 민선 지방자치 30주년 기념 자치분권 정책포럼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2022년까지 2489건의 중앙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됐다.
행정의 무게중심이 지방으로 옮겨 오면서, 지방의회가 감시하고 점검해야 할 행정사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늘어난 책임에 비해 지방속으로 의회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을 점검해야 하지만, 조직을 스스로 구성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권한은 독립돼 있지 않다.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집행기관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을 제재 수단도 마땅치 않다.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지만, 보좌 인력은 의원 2명당 1명 수준에 머물러 복잡해진 정책과 방대한 행정사무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주민 참여 창구는 확대됐지만, 그 목소리를 정책으로 다듬고 집행 과정을 끝까지 점검할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정책 결정은 지연되고 책임의 경계는 흐려지며, 그 부담은 결국 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방의회법』은 더 많은 힘을 갖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과 재정을 끝까지 점검하기 위한 제도적 완성에 가깝다. 지방으로 이양된 권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선언을 넘어 일상의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 이제는 지방의회 역할에 걸맞은 법적 틀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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