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서 개최된 지방의회 콘퍼런스에 참석한 최호정 의장과 김규남 의원
시민의 삶 혁신한 ‘우리 동네 법’ 조례
지난 30년 동안 지방의회는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문제들을 법의 언어로 풀어내며 시대정신을 정책으로 구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주민의 목소리는 자치법규라는 견고한 틀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물인 조례는 시민의 일상 속 세밀한 부분까지 변화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눈부신 성과 뒤에는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 라는 뼈아픈 자조가 공존한다. 지난 2026년 1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 30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향한 냉철한 진단이 쏟아졌다. 결국 지방자치가 과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면적 재정분권과 자치분권형 헌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방자치권의 핵심인 재정과 입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는 아무리 외형이 갖춰져도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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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회 입법박람회 ‘지방의회 라운드테이블’에서
최호정 의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에서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미래 비전을 위한 의제들을 다룬 이숙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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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열쇠 ‘지방자치’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주민의 생활 수준은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행정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역시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2024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국민 2000명과 전문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선 지방자치 30년 평가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주민의 생활 여건과 행정 서비스는 분명한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분명 한계도 있다. 수도권은 과도한 인구 집중과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고,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로 지역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국이 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이 스스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 방식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을 떠받치는 핵심 장치다.
선물 아닌 헌법적 권리로 인식 전환
행정안전부는 2025년 11월에 열린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서 국가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과 함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재정분권 구상을 제시했다.
지방정부가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국가에 『국회법』이 있듯 지방의회에도 독립적인 조직 운영과 예산편성의 근거가 되는 『지방의회법』이 필요하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여러 제정안이 계류 중인 상태다. 『지방의회법』은 권한을 키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주민 대표가 지역 현안을 책임 있게 다루고 행정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조건이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자치는 힘을 얻기 어렵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제 기능을 하게된다. 30년 전 지방의회 부활이 자치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자치를 권리로 인식하고 완성할 시간이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과제이자 시민이 함께 써 내려가야할 민주주의의 다음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