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위에서 쓰는 희망

작가 고정욱의 ‘서울 사용법’

392권의 책을 쓴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고정욱. 휠체어 위에서 살아온 그는 서울을 이용하는 방법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도시의 제도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는 그의 ‘서울 사용법’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로 전하는 희망 메시지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고정욱은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따뜻한 공감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지금까지 발표한 책만 392권. 그는 지금도 여러 신작을 준비하며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선천성 근육 장애로 평생 휠체어를 사용해온 그는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환경의 문제로 바라본다.
“휠체어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환경이 문제입니다. 장애인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차별이 불행을 만드는 것이죠.”
그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동 환경과 일자리, 교육 기회, 그리고 사회 인식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도는 좋은 마음을 구조로 만드는 힘입니다. 차별하지 말자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법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의무가 됩니다.”

고정욱 작가의 ‘서울 사용법’


생활 정보나
복지 상담이 필요할 때는

동주민센터 적극 활용

생활 속 불편을
발견했을 때는

다산콜센터(120)나
안전신문고에 신고

여유 시간이 있을 때는

휠체어 타고 도서관 가서 책 읽기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는

장애인 관람 지원 정보
확인하고 공연 · 전시 관람

서울시 장애인 복지콜 차량

작가 고정욱의 ‘서울 사용법’

서울에서 살아가는 시민이자 장애인으로서 그는 도시의 제도와 공간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생활 정보나 복지 상담이 필요할 때는 동주민센터를 먼저 찾는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 안내부터 활동 지원, 일자리 정보, 각종 지원 제도 상담까지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변에 장애를 가진 지인이나 후배, 학생들에게도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동주민센터부터 찾아보라고 적극 조언할 만큼 그는 ‘동주민센터 홍보 전도사’다.
또 생활 속 불편을 발견했을 때는 다산콜센터(120)나 안전신문고에 신고한다.
“예전에 마포로 외출을 했는데, 도로 위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친 적이 있어요. 다산콜센터에 신고했더니 바로 조치가 됐고, 처리된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더라고요. 도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결국 시민의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유 시간이 생기면 휠체어를 타고 도서관을 찾는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편안한 휴식이다.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할 때는 장애인 관람 지원 정보를 확인해 문화생활도 즐긴다.
“알고 보면 서울에는 저 같은 중증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도서관은 물론, 공연이나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꽤 잘 갖춰져 있어요. 정보를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문화생활을 훨씬 편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500권의 꿈, 계속되는 이야기

고정욱 작가는 오랫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국을 다니며 강연 활동을 이어왔다. 학교와 공공기관, 지역사회를 찾아다니며 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해온 그는 국제장애인연맹 한국 지사 이사를 역임하는 등 장애인 인권과 문화 활동을 잇는 역할도 해왔다.
“제가 강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장애인이 강연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장애인 인식 교육이 제도화되면서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책만 392권. 그의 꿈은 죽는 날까지 500권의 책을 쓰고, 작품이 전 세계 100개 나라에서 번역돼 읽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아동문학계의 권위 있는 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LMA)’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휠체어 위에서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도서관을 찾고, 제도를 활용하고, 시민으로서 도시와 소통하며 살아가는 그의 ‘서울 사용법’처럼 그는 오늘도 자신의 방식으로 서울 속에서 희망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장애인 시민의 서울 사용법


시각장애인 김민수(52세, 양천구)

음성 안내와 점자 서비스가
저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저는 지하철 음성 안내와 점자유도블록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내 방송을 들으며 환승 통로를 찾으면 방향을 잡기 수월합니다.
역마다 설치된 음성 안내와 점자유도블록 덕분에 출구나 환승 구간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 가는 병원이나 낯선 곳에 갈 때는 장애인 콜택시와 스마트폰 음성 안내 기능을 함께 활용합니다.
또 <서울의회> 점자책을 통해 달라지는 서울시 정책과 소식도 접하고 있습니다. 음성 안내와 점자 서비스가 제 일상을 더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서울의회> 점자책

청각장애인 이지은(34세, 강동구)

문자 안내와 수어 통역이
저를 서울 곳곳으로 안내해줘요

“저는 지하철 전광판 안내나 교통정보 앱처럼 문자로 제공되는 정보를 주로 이용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화면에 표시되는 안내가 이동할 때 큰 도움이 되거든요. 병원이나 공공기관에 갈 때는 미리 수어 통역 서비스를 신청해 의사소통의 불편을 줄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