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역사와 청춘의 약속이 머무는 곳
홍익문고
신촌 로터리를 지켜온 홍익문고는 서울의 격동기를 통과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1957년 창업주 고(故) 박인철 씨가 연세대학교 앞 길가에서 리어카에 헌책을 싣고 팔기 시작한 노점이 그 시작이다. 서점은 신촌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서점 앞에서 만나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이자 지식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2012년 신촌 도시환경정비구역에 포함되면서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서점을 지켜야 한다는 주민과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서명운동이 이어지며 개발계획에서 제외됐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콘크리트 테라초 바닥과 오래된 서가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연세대학교와 인접해 문학과 인문, 외국어 교재부터 대학 교재와 전문 서적까지 대학가 서점만의 다양한 구성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홍익문고는 2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신촌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찾아가는 방법
신촌역 3번 출구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약 20m 거리에 있다.
청계천 물길 따라 흐르는 서민들의 애환
청계천 헌책방거리
평화시장 1층 외곽을 따라 청계천과 맞닿은 곳에 헌책방거리가 있다. 1960년대 전후 청계천 변에 모여들던 노상 책방들이 평화시장 건립과 함께 둥지를 틀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1970년대 전성기에는 100여 개가 넘는 책방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저렴한 교재와 참고서, 희귀한 전문 서적을 찾는 지식인과 학생들의 소중한 아지트였다. 세월이 흘러 도심 개발과 온라인 상점의 등장으로 현재는 열 곳 남짓한 점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천장까지 쌓인 책과 비좁은 서가, 낡은 공간에 밴 활자의 향기와 책장마다 남은 누군가의 손때는 대형 서점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곳만의 매력이다. 지금도 절판된 책이나 희귀본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며, 주인들은 묵묵히 책방 골목을 지키고 있다.
찾아가는 방법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약 5분 거리의 평화시장 1층에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동양서림
동양서림은 서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다. 전쟁의 포화가 막 멎은 1953년, 장욱진 화백의 부인 이순경 여사가 피란 생활 끝에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후 창업 초기부터 27년 동안 함께 일하던 직원에게 서점을 넘겼고, 현재는 그의 딸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소설과 인문 서적, 인근 학교 학생들을 위한 참고서와 정성껏 큐레이션한 도서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쳐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서점이라기보다 편안한 서재 같은 느낌을 준다.
서점 안쪽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2층의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과 만날 수 있다. 최근 시집과 고전 읽기 열풍 속에서 동양서림은 활자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이자 아날로그 해방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찾아가는 방법
혜화역 4번 출구에서 혜화동 로터리 방면으로 약 3분 거리에 있다.
거대한 책 보물 창고
서울책보고
송파구 신천동에 자리한 서울책보고는 비어 있던 옛 물류 창고를 개조해 만든 국내 최초의 공공 헌책방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2019년 문을 연 이후 최근 리브랜딩을 거쳐 독자의 다양한 취향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전문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책벌레가 뚫고 지나간 자리를 형상화한 거대한 철제 아치형 책장 터널이 시선을 압도한다.
현재 공모를 통해 선정된 출판사가 참여하는 ‘2026년 2기 큐레이션 서가’와 지역 서점들이 함께하는 ‘책방살롱 2기’ 전시가 진행 중이다. 10월에는 독립 출판 마켓 ‘독립 출판물 보고(寶庫)’가 열려 개성 넘치는 독립 출판물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커피 향이 감도는 카페와 편안한 라운지, 조용히 문장을 옮겨 적는 필사 공간에서 가을 독서의 여유를 만끽해보자.
찾아가는 방법
잠실나루역 1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약 100m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