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서울시의회,
저출생 문제의 밀알이 되길

"서울시의회,
저출생 문제의 밀알이 되길"

김동현 서울신문 차장

대한민국이 또 한 번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분야는 저출생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2022년 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 기록이다. 2016년 40만6200명이었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800명으로, 처음으로 40만 명 이하로 내려오더니 2020년에는 27만2300명으로 30만 명대를 깼고, 이후에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으면서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5명을 기록했고, 연간 기준 0.72명으로 0.7명대를 겨우 지켰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올해는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빠르게 소멸해가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5144만 명이던 대한민국 인구는 2072년에는 36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전체 인구 중 중간 나이인 중위연령도 63.4세가 된다. 지금 당장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의회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안한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은 의미가 있다.

서울시의회의 제안을 살펴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준(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120%)과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대상 기준(연 소득 9700만 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을 없애는 것이다. 또 신혼 및 자녀 출생 예정 가구와 최근 1년 이내 자녀 출생 가구에 공공임대주택 4000가구를 우선 배정하고, 1만 가구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지원한다는 것도 있다. 여기에 현재 8세 이후 중단되는 아동수당도 18세까지 지원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제안이 파격적인 탓인지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시의회의 제안은 출산 관련 복지를 ‘선별’이 아닌 ‘보편적’ 복지로 가자는 것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거나 제도 설계와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 합계출산율이 0.55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비판은 너무 여유로워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출산 지원 관련 복지 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작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시의회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의회는 2월 28일 시의 임산부 교통비 지원 기준에서 ‘서울시 6개월 이상 계속 거주’라는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3월 말부터는 서울에 사는 임산부는 거주 기간에 상관없이 1인당 70만 원의 교통비 바우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의회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과 ‘서울맘 찾아가는 행복수유 지원’ 등의 거주 요건도 폐지할 계획이다.

행동은 말보다 힘이 세다. 어찌 보면 공허한 말보다 하나씩 저출생 관련 제도를 바꾸고 있는 시의회가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시의회의 이런 노력들이 대한민국과 서울의 소멸 시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