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초저출생 시리즈 ③

- 육아휴직, 부부가 함께하면 행복도 두 배
- 유산·사산, 정신적·육체적 회복 돕는 해외 제도

육아휴직, 부부가 함께하면 행복도 두 배

한국에서는 육아휴직, 유연근무, 가족돌봄 휴가 등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로 실행되고 있다. 2022년 통계청에서 집계한 통계로 육아휴직 현황을 짚어보고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일·육아 동행근무제’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육아휴직 신청자 매년 증가, 남성은 전년 대비 28.5% ↑

2022년에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전년대비 14.2% 증가한 19만9976명이다.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부 6.8%, 모 70%로 전년 대비 부는 2.7%p, 모는 4.6%p 상승했다. 육아휴직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래 2011년 이후 최대치이며 증가율의 폭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육아휴직자의 72.9%는 여성 휴직자, 27.1%는 남성 휴직자다. 특히 남성 휴직자의 경우 전년 대비 28.5% 증가했다. 성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성 육아휴직자인 김진태 씨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이 도입되는 등 일·가정 양립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해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고, 덕분에 아내와 번갈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 아이와 가족에게 덜 미안했다”고 말했다.

통계 출처
2022년 육아휴직 통계 결과(잠정)*, 2023, 통계청
* 2022년 수치는 잠정치이고, 1년 후 확정. 육아휴직 시작 시점과 육아휴직급여 신청 시점 간 시차로 인해 잠정치는 확정치보다 적게 집계됨을 유의

서울시 ‘일·육아 동행 근무제’로 육아 친화적인 근무 환경 조성

산업대 분류별로 구분했을 때 남성 휴직자의 경우 제조업 종사자가 1위, 여성 휴직자의 경우 보건·사회복지업 종사자가 1위로 집계됐다. 기업체 규모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70.1%가, 여성은 60.0%가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 대기업 소속 직장인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중소기업, 소기업의 규모별 비중을 따졌을 때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대기업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육아휴직자인 권나래 씨는 “소기업의 경우 동료에게 미안해서라도 육아휴직을 못 쓰고 퇴사하거나, 일찍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지원이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과 육아 병행의 고민을 덜어주는 ‘일·육아 동행 근무제’를 실시한다. 임신부 또는 8세 이하 아이를 둔 서울시 공무원은 자녀의 나이에 따라 유연근무, 단축근무, 근무시간 선택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직원은 모두 하루 6시간, 주 30시간만 일할 수 있게 제도화한다. 또 해당 공무원이 있는 부서에는 인력을 우선 지원하고, 동료 직원들에게 월 10만 원가량의 인센티브 수당을 지급한다.

서울시 ‘일·육아 동행 근무제’

전문가 제언

실효성 높인 서울시 ‘일·육아 동행 근무제’,
다른 직장에도 보편 적용되기를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서울시의 인구 상황을 직시하면서 서울시의회가 출생률 반등을 목표로 최근 「서울특별시 출산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여 임신, 출산, 육아 환경을 더욱 공고히 하고 지원 수혜의 폭을 넓히고자 한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의 일·육아 병행을 강조한 1일 2시간 단축 근무제가 제대로 안착되면 육아 지원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의 도입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해당 단축 근무 직원 부서에 인력 우선 지원과 동료에게 추가 인센티브 지급이 동시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즉 시간 단축 근무로 인해 생기는 업무 공백과 동료의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해당 제도 사용 당사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한 조사(박은정 외, 2022)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인지하는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비율은 90%이지만 근로 단축 근무제에 대해서는 67%만이 알고 있었다. 또 사업체 측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의 지원금 수준은 비용지원 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조미라 외, 2023). 그러므로 서울시가 도입한 시 공무원 대한 ‘일·육아 동행 근무제’가 다른 직장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제도에 대한 홍보 및 담당자 교육 강화, 사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유산・사산
정신적・육체적 회복 돕는 해외 제도

2월 29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특별시 난임극복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조례 개정은 유산·사산을 겪은 부부의 심리 상담, 관련 예방 교육과 정보 제공 등을 새롭게 포함해 널리 호평받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안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여성과 배우자에게 3일간의 유급휴가 지급(뉴질랜드)

2021년 3월, 뉴질랜드에서는 기존 휴가법(The Holidays Act 2003)에 ‘임신 중 예기치 못한 태아와의 사별 또한 3일간 유급휴가를 부여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이 조항은 유산이나 사산을 겪은 여성 근로자는 물론, 배우자까지 대상에 적용해 심적 고통을 함께 극복하도록 지원한다. 또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휴가를 받을 수 있게끔 규정했다. 다만 낙태는 건강상의 문제 등 이유를 불문하고 조건에서 제외했다. 뉴질랜드에서 아기를 출산 직전이나 이후에 잃는 산모는 연간 수천 명에 이른다. 아울러 현지 보건부는 임신한 여성 10명 중 한두 명이 유산을 경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행히 과거에는 우울과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병가를 신청해야 했던 많은 부부가 법정 휴가 덕분에 다시 새로운 탄생을 기대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이 점차 확대해가는 추세다.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특별 출산휴가 허용(호주)

호주의 연방 법률인 2009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 제80조는 임신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거나 12주 만에 유산·사산을 겪은 여성 근로자에게 무급 특별 출산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비록 무급이긴 하나 산모가 근무하기에 적합한 건강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충분히 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해 호응도가 높다. 또 특별 출산휴가를 이용했다고 해서 다른 휴가 사용에 제한받지 않는다. 2021년 시행한 호주 정기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임신한 여성 4명 중 1명이 유산, 135명 중 1명은 사산으로 아기를 잃는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호주 정부는 산모의 심신 안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임신 24주 기준 사산 증명서 발급과 다양한 지원(영국)

영국은 올해 3월, 임신 24주 전에 아기를 잃은 산모에게 사산증명서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한 해 25만 명 이상이 유산을 겪고 있는데 임신한 여성 5명 가운데 1명 정도다. 또 약 3300명은 모체나 태아 건강 등의 이유로 임신중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임신 24주를 기준으로 이전에 태아를 잃은 산모에겐 공식 사망증명서를 부여하지 않다가 6년간의 검토 끝에 올해 제도를 변경했다. 증명서 발급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우선 태아 사망 등록 인정으로 아기가 왔다 간 흔적을 그리워하는 부부에게 위안을 주며, 국가 차원의 심리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이 뒤따른다. 또 직장 고용주에게 증명서를 제시하면 정당한 출산휴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조기 유산과 사산이 산모와 그 가족에게 큰 고통이라는 사실을 인식, 여성 건강관리와 새로운 출산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Q&A

서울특별시 난임극복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 Q&A

이종배 의원
비례·국민의힘

Q. 본 조례안을 발의하게 된 과정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403회 국회(임시회)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 보고(김영주 의원 대표 발의, 의안번호 제19345호)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산·사산 사례는 연평균 10만 건 내외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산·사산을 경험한 산모들은 자책감이나 불안감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이를 잃고 상실감을 겪은 유산·사산 당사자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오랫동안 이어져왔고, 이는 이번 조례 개정의 배경이 됐습니다.

Q. 「서울특별시 난임극복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기존 조례에 ‘난임극복 지원’이라고 명시된 부분을 ‘난임·유산·사산극복 지원’으로 개정해 난임뿐 아니라 유산·사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도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개정안에 유산·사산을 경험한 부부에 대한 심리 상담·치료 지원, 유산·사산 예방을 위한 교육·정보 제공 등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장이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유산·사산 극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조례를 통한 기대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 사회·환경적 이유로 유산과 사산이 급증하고 있고, 태어나는 신생아 수만큼 태아가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유산과 사산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고, 이번 개정안에 따른 유산·사산을 겪은 부부의 심리 치료 및 예방 교육을 통해 유산·사산율이 크게 감소했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0.55명을 기록하며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저출생 극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이번 조례 개정 이외에도 다자녀가구 공공 주차 요금 감면 실효성을 담은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미취학 자녀가 있는 맞벌이 공무원의 퇴근 시간을 오후 4시로 앞당겨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서울특별시 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서울특별시의회 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관심을 기울여온 만큼 앞으로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의정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유산과 사산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고,
이번 개정안에 따른 유산·사산을 겪은 부부의 심리 치료 및
예방 교육을 통해 유산·사산율이 크게 감소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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