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케치

찬란한 색의 향연
봄꽃 여행

봄은 사계절의 시작이다. 봄이 가장 생동감 있고 활기찬 이유도 거기에 있다. 봄은 색의 계절이기도 하다. 앙증맞은 유치원생이 먼저 떠오르는 노란색과 풋풋한 연인의 사랑과 잘 어울리는 분홍색, 겨울을 이겨낸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붉은색까지. 이 모든 찬란한 색의 향연을 서울 도심에서 즐겨보면 어떨까. 4월에 챙겨야 할 봄꽃 명소를 소개한다.

명불허전 석촌호수 벚꽃과 호젓한 송파둘레길 벚꽃 8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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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벚꽃 축제의 양대 산맥은 여의도 봄꽃 축제와 잠실 석촌호수 벚꽃 축제다. 중앙에 탁 트인 석촌호수가 있어 시야가 한결 여유로운 잠실 석촌호수는 도심 속 호수 공원으로 자리 잡아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석촌호수는 크게 동호와 서호로 나뉘며, 두 호수는 석촌대교로 연결된다. 2.5km에 달하는 호수 둘레길을 따라 1000여 그루에 달하는 분홍색과 흰색 벚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해가 지면 롯데월드의 야경과 더불어 형형색색 조명이 호수 주변을 밝힌다. 봄꽃과 함께 호수 둘레길 산책, 놀이공원과 야경까지 즐기는 ‘봄꽃놀이 종합 세트’다. 송파둘레길(21km) 벚꽃 8경 가운데 으뜸은 1경이다. 잠실파크리오아파트 단지를 따라 1km가량 벚꽃 길이 이어져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다. 자전거 마니아라면 탄천길(3km)에서 한강까지 벚꽃잎이 휘날리는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려도 좋다.

춤추듯 하늘거리는 국립현충원의 능수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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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소생하는 봄, 화사한 봄꽃은 모두의 가슴을 들뜨게 한다. 하지만 국립현충원으로 봄꽃 여행지를 정했다면 단순히 봄꽃을 즐기는 것 이상의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국립묘지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꽃잎처럼 스러져간 선열들의 발자취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현충원 정문에서 현충탑까지 이어지는 벚꽃 길은 그 웅장함과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자세히 보면 왕벚나무가 아니라 처연하게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벚꽃이다. 마치 고귀한 생명을 바친 그들에게 보내는 헌사 같다고나 할까. 이 능수벚나무는 조선 17대 임금 효종(재위 1649~1659)이 북벌계획의 하나로 활을 만들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국난 극복의 영웅인 호국 선열과 능수벚나무가 이렇듯 맞닿아 소리 없는 울림을 준다. 벚꽃 이외에도 노란 개나리와 분홍색 진달래가 푸지게 펴 봄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한다.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호젓하게 벚꽃을 감상하고 싶거나 의미 있는 봄꽃 나들이를 즐기고 싶다면 국립현충원을 추천한다.

노란 개나리에 야경까지 감상하고 싶다면,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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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에 자리한 응봉산(95m)은 마치 노란색 교복을 입은 유치원생처럼 해맑다. 개나리 군락지로 이름이 자자한 이곳은 꽃이 만개하면 산 전체가 샛노랗게 물든다. 응봉산이 개나리 군락지가 된 이유는 이 산의 지질이 암반층으로 척박해 다른 식물이 잘 자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응봉산의 원래 이름은 매봉이었다. 조선 시대 임금이 이곳에서 매를 놓아 꿩을 잡았다고 해서 그리 불렀다고 전한다. 나무 덱을 따라 오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자리한 팔각정을 마주한다. 야트막한 산이라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주변이 탁 트여 있어 전망은 어디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한강을 비롯해 뚝섬나루, 강남의 마천루까지 한눈에 담긴다. 응봉산은 또한 서울 야경 10대 명소로 손꼽힌다. 강북강변도로,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를 오가는 차량의 화려한 궤적이 서울을 빛의 도시로 탈바꿈시킨다.

고혹적인 매화가 울긋불긋 꽃대궐, 서울의 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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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운 것과 현대적인 것이 어우러진 서울은 계절마다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고궁에 핀 매화는 서울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과 다름없다. 매화는 다른 봄꽃보다 빨리 개화하지만 개화 기간이 길어 늦게 피는 꽃들과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을 연출한다. 고궁의 매화로 유명한 곳은 홍매화를 만날 수 있는 창덕궁이다. 수령이 약 400년 됐다는 이 홍매화는 창덕궁 후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승화루에 자리 잡고 있다. 창덕궁 매화를 놓쳤다면 경복궁 경회루의 수양벚꽃을 챙겨보자. 연못을 배경으로 춤추듯 하늘거리는 수양벚꽃이 기분을 한층 더 들뜨게 할 것이다. 매화와 벚꽃이 지고 나면 고궁은 모란의 고운 자태가 운치를 더한다. 작약과에 속하는 모란은 모든 꽃 가운데 가장 호화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해서 예로부터 ‘화왕(花王)’이라 불린다. 모란은 경복궁 아미산과 교태전 후원을 비롯해 덕수궁 함녕전 일원에서 고운 자태를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