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제와 오늘

1급 보안 시설,
시민들의 놀이터로 돌아오다
문화비축기지

석유파동을 겪으며 긴급하게 조성된 석유비축기지는 수십 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1급 보안 시설이었다. 하지만 그 쓰임을 다한 지금은 많은 시민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서울 서북권의 명소가 됐다. 뼈아픈 역사적 배경을 지녔지만, 후대에 소중한 근대 문화유산으로 남아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온 문화비축기지를 소개한다.

김기덕 의원 (마포4·더불어민주당)

문화비축기지는 지역 주민이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누리게 한다는 목표로 2017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문화비축기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DMC와 연계해 문화관광 벨트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영화·K-팝 창작 공간, 제작사 입주 공간, 방송 제작 지원 스튜디오·아카이빙 시설·체험 시설·테마파크를 접목한 영상 문화 콤플렉스 등 다각적인 공간 활용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심 속 생태 문화 공원인 문화비축기지를 더 많은 시민이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41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비밀스러운 곳 ‘석유비축기지’

마포구 성산동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맞은편 매봉산 아래 널찍이 자리 잡은 이곳은 옛 석유비축기지를 개조해 재탄생시킨 문화비축기지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곳은 석유파동 당시 석유를 저장해두기 위해 긴급히 조성된 곳이다. 1973~1974년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유가가 약 3배 폭등하고, 전 세계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이에 서울시는 1976~1978년 이곳에 5개의 탱크를 설치해 당시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했다. 당시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돼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터라 시민들 대부분 이곳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나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고 경기장을 조성하면서 석유비축기지의 존재가 알려졌다. 하지만 경기장이 들어서며 석유비축기지는 안전상의 이유로 2000년 12월 폐쇄됐고, 10년 넘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다가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2017년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문화비축기지와 그 전신인 석유비축기지(오른쪽) 모습

볼거리, 즐길 거리 넘치는 시민들의 문화 놀이터 ‘문화비축기지’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한 문화비축기지의 외관은 독특하고 멋스럽다.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본상, 한국건축가협회상, 대한민국공공건축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엄청난 양의 석유를 저장했던 만큼 석유탱크의 규모 역시 거대하다.

지름 15~38m, 높이 15m에 달하는 기존 석유탱크 5개 동은 공연장, 전시장 등 각각 특색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해체한 탱크의 철판을 활용해 1개의 탱크를 더 만들어 카페 등 커뮤니티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주차장이었던 넓은 야외 공간은 문화마당으로 개방했다. 말 그대로 모든 시민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문화비축기지가 된 셈이다.

이곳에서는 크고 널따란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다채로운 기획·공연·전시는 물론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일반 건축물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 덕에 TV 방송과 영화 촬영지 등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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