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희생에 걸맞은
20대 청년 시절부터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문성호 의원(서대문2·국민의힘)은 의회에 입성하면 국군포로 예우에 관한 조례를 가장 먼저 발의하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서울특별시 국군포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된 지 이제 1년.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문 의원은 국군포로와 그 가족을 예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한편, 북에서 사망한 참전 용사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귀환시키겠다는 뜨거운 포부를 내비쳤다.
끝나지 않은 전쟁, 지자체의 역할을 고민하다
국방부에 따르면 1953년 정전협정 후 지금까지 북에서 귀환한 국군포로는 80명이다. 이 가운데 생존자는 9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직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는 약 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을 뿐인데 북에서도, 남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삶은 녹록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울시의회에서 국군포로 지원 조례가 제정된 지난해 3월 10일은 문성호 의원에게는 뜻깊은 날이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군포로를 법으로 예우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을 뿐인데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타당성과 형평성을 이유로 준비했던 조항이 많이 삭제된 데다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했습니다. 만장일치로 통과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의원들 모두의 마음에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아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문 의원이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육군 71사단 수색대에서 이등병으로 복무할 당시 연평도 포격전을 겪으며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북한에 대한 분노를 품었던 그는 제대 후 강원도 철원에서 진행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현장에
봉사자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유해에 묻은 흙을 붓으로 털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토에 유해가 묻힌 분들은 발굴만 하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북한에서 전사하거나 억류된 분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이후 국군포로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국군포로가족회 손명화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귀환한 국군포로를 예우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당선되면 국군포로 지원 조례부터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쉽게도 낙선하면서 4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리게 해드렸습니다. 생존자들의 연세가 점점 들어가는 상황에서 죄송하고 또 죄송했습니다.”
명예 회복 최우선, 국군포로 추모 공원 조성에 속도
「서울특별시 국군포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라는 조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 의원은 국군포로 지원의 시작점이 ‘예우’임을 강조했다.
“역사적 무지와 국가의 무관심으로 인해 국군포로와 그 가족은 방치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북한에서 멸시받으며 어려운 삶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국군포로의 마음에는 나라로부터 버려졌다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명예를 되찾아주고, 희생의 뜻에 걸맞은 예우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군포로 대신 ‘귀환용사’라는 용어 사용을 제안하며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의원은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 국군포로 문제를 환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한 데 대해 반색을 표했다. 지난 2월에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귀환에 대한 염원을 담은 상징물인
‘세 송이 물망초’ 디자인을 활용한 의상이 무대에 올려지는가 하면, 5월 9일에는 서울시가 뚝섬한강공원에 세 송이 물망초를 모티브로 한 정원을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조례가 제정된 지 1년이 지난 만큼 문 의원은 국군포로를 예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에 반려된 국군포로를 위한 추모 공원 조성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군포로 흉상을 제작해 전시할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 문 의원의 간절한
바람이다. 더 나아가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여전히 북한에 묻혀 있는 희생자들을 예우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아직 귀환하지 못한 용사들이 북한에 많이 묻혀 있습니다. 인식표나 군번줄, 심지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대한민국 영토에 귀환했다면 그 즉시 ‘귀환용사’로 예우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나가겠습니다.”
국군포로만 생각하면 마음이 뜨거워졌던 청년 문성호는 국군포로 생존자를 처음 만나던 날 눈물이 날까 봐 얼굴을 마주 보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제 서울시의원으로서 그들의 문제에 한 발 더 다가선 문 의원은 5월 1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군포로 초청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쏟아내는 불만과 요구 사항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들었다. 그는 “귀환용사와 그 가족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