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초청간담회
참전 용사인데도 적국에서 강제징용, 체제 선전용 볼모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견뎌야 했던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국군포로 예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5월 1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개최된 ‘국군포로 초청간담회’에는 50년 넘게 북한에 억류됐다가 탈북한 참전 용사 2명과 국군포로였던 남편의 유해를 들고 탈북한 유가족 1명, 부친의 유해를 들고 탈북한 후 14년간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활동해온 국군포로가족회 손명화 대표, 그리고 지난해 국군포로 지원 조례 제정을 이끈 문성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잊혀진 영웅들의 눈물
목숨 걸고 귀환했는데 조국에서도 여전히 힘겨운 삶
우리 사회가 국군포로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가 귀환한 이후다. 국군포로 귀환 사례가 늘어나면서 그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정부는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귀환 국군포로와 그 가족은 조국에서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탈북한 경우가 많아 외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가 하면,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을 사기당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놓인 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마음에 멍이 들게 한
것은 ‘조국의 무관심’이라고 간담회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북에서 국군포로는 탄광 막장 같은 곳에서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일
한다. 국군포로였던 남편이 다쳐서 아픈 와중에 어느 날 고향 주소
와 부모형제 이름을 쓴 종이를 내밀며 외우라고 하더라. 그날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틈날 때마다 외웠다. 그런데 죽은 남편을 대신해
막상 조국에 와보니 비석에 이름 석 자만 남을 뿐이더라.”
유가족 박향숙 씨
“53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동생을 만났는데 그마저도 세상을 떠나 의지할 데 없이 외롭게 살고 있다.”
이대봉 용사
“50년간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조국의 무관심으로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마음에는 더 큰 멍이 들어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 하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군포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손명화 대표
귀환용사들의 마지막 소망
조례 제정 환영! 국민으로 명예롭게 살게 해줬으면
국군포로와 그 가족은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하면서까지 조국에 귀환해도 국군포로 가족임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북한에서 일명 ‘43호’라 불리는 국군포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문성호 의원은 “북한이 문건을 공개하도록 정부가
압박을 가해야 하는데,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서울특별시 국군포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대해 환영과 감사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서울시의회가 앞장서서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조례가 제정됐지만 제도 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국군포로와 가족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도록 여러 방면에서 실질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제정 소식을 들었지만, 실제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오늘 간담회에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문성호 의원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알게 됐다. 서울시에서 시작했지만, 이런 흐름이 다른 지자체는 물론이고 정부로까지 확대됐으면 좋겠다.”
유가족 박향숙 씨
“2019년 서울에 귀환하니 가는 곳마다 크게 환영해주더라. 그런데 환영받을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우리의 가슴이 뜨듯해지도록 훈장 하나만 달아준다면 좋겠다. 그게 마지막 소원이다.”
강희열 용사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너무 감사하다. 서울에 온 지 이제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죽으면 대전현충원에 묻힌다고 한다. 짐승도 자기가 태어난 곳에 돌아가서 죽는다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이 아니라 내가 살던 서울현충원에 묻히고 싶다.”
이대봉 용사
“국군포로가족회를 법정 단체로 지정해주고, 국군포로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국군포로의 날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국군포로 대부분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케어할 수 있는 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손명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