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김민환 채널A 기자

“코로나19 위기와 저조한 출산율을 겪으며 경제적 운영 악화에 더 이상 분만 병원 운영이 힘들어····”

경기도 성남시 소재의 한 산부인과가 최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폐업 공지다. 지난 40여 년간 신생아 출산을 담당했고, 2010년대에는 전국 분만 1위에 올랐던 병원이다. 임산부들이 줄지어 찾던 산부인과마저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저출생 문제는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0.7명대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이 가운데 수도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55명으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정부가 저출생을 막기 위해 쏟아부은 재정은 280조 원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올해 국가 예산은 656조 원. 그간 저출생 대책에 투입한 재정은 한 해 전체 국가 예산의 42%에 달할 만큼 막대한 규모다. 그런데 그 효과를 보기는커녕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그 결과 출산율은 꾸준히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처방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방법을 바꾸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지난 1월, 서울시의회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는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만 0~8세에 집중된 양육비를 18세까지 늘려 출산 및 육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아이 돌봄비 지원 등에 적용되는 소득 기준을 모두 없애는 방향도 내놨다. 전례 없는 파격적인 저출생 정책이다. 서울시도 소득기준과 난임시술 간 칸막이를 없앴고, 최근 정·난관 복원 시술비 지원을 추진하는 등 저출생 타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허무맹랑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000만 명에 가까운 서울시민에게 적용되는 정책인 만큼 당연히 경제성, 타당성 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통과한다면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실행 이후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저출생 정책들은 모두 실패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저출생에 한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마냥 손 놓고 있으면 저출생 여파는 눈덩이처럼 커져 다음 세대 대한민국의 존치를 위협할 게 뻔하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정책을 두고 ‘기존에 없던’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 여부에 대해 다툴 시간도 아깝다는 뜻이다.

육상 높이뛰기 종목의 선수들은 모두 배가 하늘로 향한 자세에서 바를 넘는 ‘배면뛰기’를 한다. 지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처음으로 이 자세를 선보였는데, 그 전까지는 전례 없던 자세였다. 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도가 정석이 된 것이다. 저출생 문제에서도 획기적인 대책이 정석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