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환경의 무주택 가정에 주택 마련 시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은 사라지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했다. 그는 0.7명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되고,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보다 심각한 위기라고 하지만, 이제는 위기나 공포가 아닌 일상 속 진부함으로 느껴지게 됐다. 불과 30여 년 전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라는 표어로 산아제한을 장려하던 국가의 통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서울의 출산율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2023년 3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4명을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독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낮은 원인으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인 백인길 대진대학교 교수는 “서울의 출산율이 낮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거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평균임금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2004년부터 2022년까지 근로자의 평균 실질임금이 1900만 원에서 3600만 원으로 2배 오르는 사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3억 4000만 원에서 12억 8000만 원으로 4배 오르면서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주택 가격이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002명 하락했다.
출산율 재앙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조례와 예산을 통해 주거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이에 본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서울특별시 신혼부부등 주택 융자 및 대출이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례안은 양육 환경의 무주택 가정에서
주택을 마련할 경우 대출이자를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조례안이 발효되면 양육 가정의 환경과 자녀 수 등에 따라 이자를 일정 범위 내에서 지원해줄 수 있어 출산율 제고에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례안은 현재 부결된 상태다.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지원 범위 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출산율 재앙이라는, 14세기 흑사병보다 심각한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본 의원은 출산율이 재앙의 그림자가 되지 않도록 동료 의원들과 합심해 관련 제도를 과감하게 고치려 한다. 출산율 재앙으로부터 서울을 지키는 것은 시의원으로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