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권혜정 뉴스1 기자

“우리 OO이 많이 컸네.”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이제 아이는 귀한 존재가 됐다. 특히나 출생률 0.5명대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총 120세대가 산다. 이 가운데 영유아가 있는 집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거주민들이 우리 아이의 이름을 알고 커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부모로서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아이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0년 동안 내리막을 걷던 대한민국, 특히 ‘출생률 0.5명대’의 서울 출생률이 반등했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출생아 수는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서울의 출생아 수가 5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12년 만의 일로, 이번 소식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서울에서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를 키우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각고의 노력을 했다.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형 키즈카페의 확산은 물론 난임 시술비 지원, 서울형 아이 돌봄비 신설 등 저출생 대책을 잇달아 발표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전국 최초로 시작해 여타 지자체로 퍼지고 있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통해 지난 8월 서울 출생아 5명 중 1명이 세상의 빛을 봤다.

서울시는 최근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3개 분야, 87개 사업에 6조 7000억 원을 2025년부터 2년 동안 투입하는 내용이다. 아이를 낳을 결심은 더 쉽게, 아이를 키우는 부담은 더 가볍게 한다는 것으로 촘촘하고 근본적인 저출생 대책으로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노력에 따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서울시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2024년 10월 발표한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육아 친화적 도시다’라는 질문에 대한 양육자 인식은 5점 만점에 3.56점을 기록해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인 2022년 당시 3.30점 대비 높아졌다.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프로젝트 시작 대비 늘었다.

2년 뒤의 성적표는 알 수 없지만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다만 의미 있는 성적을 내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뛰어야 한다.

“성급히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자.”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최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 의장은 의장 취임과 동시에 집무실에 ‘출생률 전광판’ 설치를 지시할 정도로 ‘출생률 반등’에 진심이다. 최 의장의 말처럼 기대는 있지만,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누구보다 출생률에 진심인 최 의장의 말을 다시 한번 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