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케치

교통량이 가장 많은 한강 다리는?
쓸모 있는 한강 다리 잡학 사전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1980년대를 풍미했던 ‘제3한강교’ 노랫말이다. 그런데 한강에 제3한강교가 있다고?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강에 다리는 총 몇 개? 최초의 다리는?
교통량이 가장 많은 다리는? 가장 마지막에 개통한 다리는?
사소하지만 궁금했던 한강의 다리들. 한강 다리 잡학 사전으로 알아본다.

한강에 다리가 놓인 역사

한강에 근대식 교량이 놓인 지 125년이 됐다. 그 최초의 주인공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0년 7월에 준공된 한강철교다. 노량진과 용산을 연결하는 이 교량의 개통은 당시 교통 혁명이었다.

길이 1113m에 달하는 육중한 철교가 놓이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1905년 경부철도가 완공됨에 따라 철도 수송량이 급증했다. 부랴부랴 한강철교 복선화가 추진돼 교량 상류 쪽에 한강 제2철교를 건설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건널 수 있는 인도교가 절실했다.

한강 최초의 인도교는 일제강점기인 1917년에 준공된 한강인도교(현 한강대교)다. 다리가 놓인 곳은 옛날 노들나루가 있던 곳이다. 이곳은 강의 유속이 느리고 강폭이 좁아 포구 형성에 최적지였다. 당시 <조선일보>에는 “자동차와 보행자를 위한 최초의 한강 다리는 순식간에 경성의 명물이 됐다”며 “수백 년간 배 타고 건너던 한강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건 신기한 구경거리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아쉬운 점은 한강철교를 만들고 남은 자재를 이용해 만든 터라 규모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1950년까지 3개였던 한강 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폭파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강대교에 남은 320여 개의 총탄 흔적은 전쟁의 참상과 민족의 수난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양화대교는 1965년에 순수 우리 기술로 건설된 교량이다. 당시 한강대교에 이은 두 번째 다리로, 제2한강교라 불렸다. 원래 서울에서 서부전선으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 더 컸지만, 결과적으로 경인 지역과 영등포, 신촌의 발전을 견인했다.

성산대교
반포대교 ⓒ한국관광공사

한강 다리의 다양한 기록

한강 다리는 총 33개다. 그중 서울에 28개, 시외에 5개가 있다. 33개의 다리 중 첫 번째 다리는 1900년 7월에 개통한 한강철교다. 월드컵대교는 최대 높이를 자랑한다. 주탑의 높이가 한강 다리 중 가장 높은 100m에 이른다. 가장 긴 다리는 마곡대교(2930m), 가장 짧은 다리는 잠수교(795m)다. 잠수교는 보행할 수 있는 다리 중 가장 짧은 다리이기도 하다.

세계 최장 콘크리트 교량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리는 2025년 1월 정식 개통한 고덕토평대교다. 구리안성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인 이 다리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끝나는 지점인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구리를 연결한다. 사장교인 이 다리의 주탑 간 가격은 540m에 달한다. 이는 기존 세계 최장 기록을 보유한 노르웨이 스칸순드교(530m)보다 10m나 더 넓다. 고덕토평대교는 친환경 다리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민의 상수원이 인근에 있는 만큼 교각의 개수를 줄여 주변 환경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교각의 높이를 낮춰 심미적 장점도 더했다. 이 밖에도 반포대교에 설치된 달빛무지개분수는 세계 최장 교량 분수로 2008년 11월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분수의 총길이는 1140m이고, 노즐 수는 380개다.

성수대교
월드컵대교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서강대교 옆 카페 전경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한남대교 위 카페 전경

알면 쓸모 있는 한강 다리 이모저모

한강 다리 중 연간 통행량이 가장 많은 다리는 2024년 4월 기준 한남대교(19만 6502대), 성산대교(14만 5777대), 성수대교(12만 3546대), 청담대교(12만 3451대) 순이다. 반면 통행량이 가장 적은 곳은 광진교(1만 4845대)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곳은 일산대교로, 1종(승용차·소형승합차·소형화물차) 기준 1200원이다.

한강 다리 중 문화유산에 등재된 다리도 있다. 1917년에 건립된 한강인도교(현 한강대교)는 한강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교라는 역사성과 국내 교량 발전의 상징성 등을 평가받아 서울시 등록문화재 1호로 선정됐다.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된 다리도 있다. 광복 이후 우리 기술진에 의해 최초로 세워진 양화대교(1965년), 한국전쟁 당시 한강인도교 폭파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시를 대비한 잠수교(1976년), 전동차와 자동차가 동시에 통행하도록 설계된 서울 최초 교량인 잠실철교(1980년), 우리나라 최초의 2층 교량인 반포대교(1982년)가 그것이다.

한강 다리가 등장하는 가요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1979년 혜은이가 부른 ‘제3한강교’를 꼽는다. 이 다리는 1984년 ‘한남대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편 이 곡은 서울의 지역성이 반영된 동시에 꾸준히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노래로 서울미래유산에도 등재됐다.

한강의 몇몇 다리는 쉼과 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실내 정원 인테리어를 테마로 한 브런치 카페는 물론, 전시 공간을 갖춘 카페들이 늘면서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