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속으로기자 칼럼

봇물 터진 청년 정책 조례
MZ세대 10%가 90%를 바꾼다

강지원
(한국일보 기자)

3월 3일에 열린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에서 「서울시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을 두고 의원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최연소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이소라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에는 서울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19~39세 중 탈모 진단을 받은 청년에게 경구용 치료제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례안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정부의 청년 탈모 치료 지원에 대한 찬반 논쟁에 불을 지피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제11대 시의회에는 청년 취업이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조례안도 속속 등장했다. 1993년생인 임규호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서울시 채용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례안」에는 서울시와 시 공직유관단체 등에 채용공정성확보위원회를 설치해 채용 비리를 막고, 채용 절차에서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20대 초선인 김규남 의원은 「서울시 청년주거 기본 조례 개정안」을 발의해 청년들이 집을 빌릴 때 서울시가 임대차계약 관련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례안은 5월 3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출처 서울시의회 〈의정백서〉

의회 내 청년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반가운 변화다. 청년 위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관련 조례 제정이나 활동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최근 청년 지원 조례 발의가 활기를 띤 데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의원들의 영향이 작지 않다. 제11대 시의회 의원 112명 중 20~30대 의원은 총 16명으로, 4년 전(제10대 시의회)보다 5명이 더 늘어났다. 이 중 20대 초선만 5명으로, 1990년대생들이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올랐다. 한 20대 초선의원은 “아무래도 기성세대보다 청년이 직면한 문제에 깊게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할 수 있다”며 “정치 이념보다는 청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전했다.

의회 내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 상임위원회에서는 20대 초선의원의 건의로 회의 자료를 기존 문서가 아닌 디지털로 공유한다. 이슈에 따라 즉석 현장 간담회가 수시로 열려 시민들과의 거리도 좁혀지고 있다. MZ세대 의원에 대해 한 50대 재선의원은 이같이 평가했다. “「서울시 줍깅 활성화 조례」(20대 박강산 초선의원 발의)라고 들어보셨어요? 의원 10%(MZ세대 의원)가 90%를 바꾸는, 그야말로 기성 정치판을 뒤흔드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