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철
(중앙일보 기자)

치킨(Chicken)과 맥주의 합성어인 ‘치맥’은 한국 음주 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본격적으로 해제한 이후 한강에서 치맥을 즐기는 시민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의회에 다소 충격적인 조례안이 올라왔다.

서울시가 「서울특별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조례안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음주 가능 시간을 별도로 지정하거나 공원·하천·강 등 일부 장소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조례안이 원안대로 서울시의회를 통과할 경우 익월 공포하고, 이로부터 12개월이 지난 뒤 시행한다. 일단 서울시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한강공원 등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금주 구역 지정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한강공원에서 일부 시민이 술판을 벌이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행동을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또 다른 시민들은 이제 막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는데 개인의 자유를 옥죄는 지나친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이른바 ‘한강 치맥’이 서울시를 대표하는 여가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주장이다.

엇갈리는 주장을 두고 우리 시의회는 공정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통상 갈등 상황을 포괄적 단어로 치환하면 어떠한 상황이 가장 공정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 접목해보면 한강의 산들바람을 느끼며 치맥을 즐길 소수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다수가 방해받지 않고 평화롭게 공원을 즐길 권리 정도로 치환할 수 있겠다.

팽팽한 양측의 입장 차이는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다. 사실 관점의 차이는 개성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시민이 모인 대도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점은 불가피하게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소수·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안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장소를 금지하거나, 폐쇄회로(CCTV)·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기술의 힘을 빌려 특정 시간대 음주 행위를 일부 제한하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서울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치맥의 자유와 공정한 여가권이 조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현명한 서울시의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