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속으로기자 칼럼

서울과 워싱턴 사이,
서울시의회 민주주의 지정학

임주영
(연합뉴스 부장)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시의회 기대”

서울시청에서 나와 서울시의회를 바라보면 기시감을 느낄 때가 많다. 몇 해 전 워싱턴 특파원 시절에 본 것과 묘하게 닮아서다. 워싱턴 중심부에는 흔히 ‘연필탑’이라 부르는 워싱턴기념탑을 중심으로 동쪽에 의회, 서쪽에 링컨 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북쪽에는 백악관, 남쪽에는 제퍼슨 기념관이 자리해 위용을 자랑한다. 행정부와 의회를 대표하는 백악관과 의사당은 마주 보지 않고 90도로 비켜선 형상이다. 서울에선 세종대로를 두고 직각으로 남쪽에 서울시청, 서쪽에 서울시의회가 자리한다. 양쪽 지도를 남북 방향으로 돌려놓고 보면 백악관-의사당, 시청-시의회가 정확히 포개진다.

워싱턴, 더 나아가 미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의 구도에 깔린 정신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연방정부를 대표하는 백악관 건너편에선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건국의 아버지’이지만 연방주의를 반대한 제퍼슨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민주주의와 국민을 강조한 링컨의 시선은 맞은편 의회를 향한다. 정부와 의회는 정면으로 맞서 기운을 뿜어내지 않고 대각선에서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보다 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게 있을까.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도 지난해 견제와 균형의 조화 속에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델라웨어 연수(1년)에 이어 워싱턴 특파원(3년) 시절 경험한 ‘민주주의 대표 국가’의 지방의회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법률 제정과 정책 수립 등 시민 생활을 주도했다. 지역에선 수시로 의회나 시청 등이 주관하는 타운홀 미팅이 열려 생활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는 많은 성과를 이뤘다. ‘현장 속으로, 시민 곁으로’를 내건 시의회는 시정과 시교육행정에서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용도 불요불급’, ‘목적 불분명’, ‘효과 불투명’ 사업을 지양하는 ‘3불 원칙’을 실천했다. 올해는 국가적 의제인 저출생 문제 극복에 선도적으로 나선다. 서울시의회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붙들고 해결하려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많이 들은 표현 중 ‘초당적’(bipartisan)이란 말도 빼놓을 수 없다. 시민을 위해서라면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여야가 협력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행·매력 특별시’를 향해가면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서울시와는 견제와 균형의 미덕 속에 조화롭게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미국 의회의사당-백악관(구글맵스)과 서울시의회-서울시청(서울시의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