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이랑 음료수, 간식거리 좀 샀어요.
지난번에는 전기장판을 샀는데, 뜨듯하고 좋더군요.”
1월 10일, 용산구 동자동의 ‘온기창고 1호점’을 찾은 서울역 쪽방 주민 정환(69세) 씨는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으려고 간식거리를 샀는데, 매주 적립금을 쓸 수 있어 부자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정씨가 말한 적립금은 온기창고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로, 쪽방촌마다 조금씩 다르다. 온기창고 1호점에는 과자와 라면, 각종 반찬, 냉동식품 등 먹거리부터 샴푸, 양말, 칫솔·치약, 세제, 난방용품 등 생필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어 마치 ‘쪽방촌 특화형 만물상’ 같다. 매장에 후원받은 물품을 진열해놓고, 쪽방 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을 개인이 배정받은 적립금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가져가는 식으로 운영한다.
온기창고 1호점 운영 매니저 전익형 실장(서울역쪽방상담소)은 무엇보다 쪽방 주민들이 배급받으려고 줄 서지 않아서 좋아한다고 한다.
“기존 배급소는 후원 물품이 들어오면 공지한 뒤 선착순으로 배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줄 서서 물품을 받아야 했죠. 몸이 불편한 분들은 그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제는 수시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어 하루 평균 200명 이상 온기창고를 이용할 정도로 쪽방 주민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쪽방 주민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제공하는 온기창고는 「서울특별시 약자동행 가치의 확산 및 활성화를 위한 조례」(2023. 4. 27. 제정)를 통해 시행된 사업이다.
지난해 8월과 11월 서울역쪽방상담소에 1호점, 돈의동쪽방상담소에 2호점이 문을 열었고, 운영 인력은 전담 인력(매니저) 1명과 자활근로자 2명으로 구성됐다. 1호점은 월·수·금요일에 문을 열며, 월 10만 점의 적립금으로 물품을 살 수 있다. 2호점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문을 열며, 월 4만 점의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다. 쪽방상담소마다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용 방식은 상이하다.
쪽방 주민 재활·자활 사업도 목표
1호점 운영 책임자인 유호연 소장(서울역쪽방상담소)은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빠르게 정착했다고 설명한다. “생각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특히 나눔 효과뿐 아니라 쪽방 주민들에게 경제관념이 생기고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쪽방 주민들이 온기창고를 통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서울시는 향후 온기창고를 후원 물품 배분이라는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노숙인과 쪽방 주민의 재활·자활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오가는 손님을 한 명 한 명 정성껏 맞이하는 자활근로자 김씨, 포인트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어 일괄 배급보다 더 실속 있다고 웃는 쪽방 주민 박씨…. 문밖에는 찬 바람이 쌩쌩 불지만 온기창고에는 그 이름처럼 따스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INTERVIEW
“쪽방 주민에게 행복을 주는 보물 창고입니다”
유호연 소장·전익형 실장(서울역쪽방상담소)
온기창고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서울시 다섯 곳에 쪽방상담소가 있는데, 현재 두 곳에 문을 열었고, 다른 곳에도 더 생기면 좋겠어요. 적립금 한도 내에서 물품을 선택할 수 있어서인지 ‘장보기’의 즐거움을 누리시는 것 같아요. 경제적·심리적으로 여유도 생긴 것 같고요. 작은 것이지만, 서로 나누려는 모습도 보이거든요. 온기창고가 쪽방 주민의 행복 창고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온기창고 1호점(서울역쪽방상담소)
주소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57길 3-14, 1층
문의 02-3789- 5119
온기창고 2호점(돈의동쪽방상담소)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9가길 20-2, 1층
문의 02-747-9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