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불청객, 소아 독감 주의보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비염, 몸살, 감기 등 환절기 호흡기 질병이 유행하는 시기다. 특히 일교차가 커지면서 아이들 건강 걱정에 가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부모들이 많다. 일교차가 크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청소년은 감기에 걸리기 쉽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연령대별 외래한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7~12세 53.8명, 13~18세 31.8명, 1~6세 22.9명으로 모두 평균치를 웃돈다. 특히 초등학생 독감 환자는 유행 기준 (1000명당 6.5명)의 8배 이상을 기록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influenza virus)에 의한 급성 호흡기질환이다. 바이러스가 코나 목, 폐를 침범하는 질환으로 전염성이 강한 데다 소아, 노인 및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계절독감은 춥고 건조한 11월에서 2월 사이에 발병률이 가장 높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그다음 해 3~4월에 다시 유행하고 자연스레 발병률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과 상관없이 독감이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독특한 양상이 나타났고, 여름에도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그동안 독감이 크게 유행하지 않아 낮은 독감 예방접종률과 인구 집단 내 자연면역의 감소, 대면 활동 증가, 마스크 착용률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감기와 닮은 듯 다른 독감
독감은 증상이 비슷해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데, 사실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일반 감기, 독감, 코로나19 감염병 모두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비슷하지만 독감은 더욱 심한 전신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독감은 고열과 함께 심한 인후통, 두통, 오한, 전신에 걸친 무력감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소아의 경우 합병증으로 중이염과 폐렴이 흔히 생길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다. 경구용으로는 타미플루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가 있고 주사용인 페라미비르(peramivir) 등이 있으며,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증상의 지속 기간과 합병증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 환자의 중증도, 증상 발생 후 경과시간,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바이러스제 투여 여부 및 방법을 결정한다. 만일 독감에 걸렸을 경우엔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먹는 것이 좋다.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 투약하는 경우 증상을 완화하거나 이환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소아 독감 예방접종으로 건강한 겨울나기
독감에 처음 감염되는 소아는 성인보다 바이러스 배출 농도가 높고 배출 기간이 길어서 바이러스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소아의 독감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독감 예방법은 바로 백신접종이다. 예방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2주가량 걸리며, 예방 효과는 70~90%로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매년 유행하기 전 일정 시기에 예방접종을 권하고 늦어도 초겨울 전까지 소아 독감 예방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장한다.
올해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며 고열 및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소아청소년과 병원 예약이 어려운 ‘오픈런’ 및 소아 응급 진료 공백 등의 문제가 있다. 춥고 건조한 날씨가 되면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돼 특히 이번 가을, 겨울에는 독감이 강력하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올해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아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길 권유한다. 10월부터 시작된 2023~2024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지정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지정 의료기관 방문 전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가능 여부를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nip.kdca.go.kr)에서 확인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