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받아봤음 직한 질문이다. 장난스럽게 던진 어른들의 질문에 아이들은 곤란해하기 마련. 하지만 나는 조숙했는지, 애초에 그렇게 묻는 사람의 저의(?)를 미리 파악하고 요리조리 잘 피해나갔다.

곧이곧대로 대답해 엄마나 아빠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이런 질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친구가 여럿 있었다. 보기에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답을 잘 피해가는 나의 요령을 알기엔 친구들이 너무 순수한 듯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엔 내 편 혹은 네 편만 존재한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그르다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은 ‘절대 선(絶對善)’이고 다른 사람 생각은 ‘절대 악(絶對樂)’이라고 여기며, 세상에 오직 동지와 적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절대 선이고 다른 한쪽이 절대 악인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흑백논리가 만연한 사회는 유연성을 잃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 이제는 진지한 고민 없이 어느 한 편에서 나는 무조건 옳고 상대는 무조건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편 가르기도 안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생각이나 결정이 절대 선이 아님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성숙한 사회가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은 둘 다 좋아하거나, 둘 다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누구를 좋아한다는 답변은 누구를 싫어할 것이라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 질문에 답하는 아이에게 둘 중 하나의 답만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이젠 우리 사회에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어리석고 무의미한 질문이 사라지길 바란다.

앞으론 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점이 좋고, 아빠는 어떤 점이 좋아?”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