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속으로기자 칼럼

서이초 사건으로 돌아본
한국 사회의 교육자치

교원의 예우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와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구성이 교육자치 효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남길 기대한다.
박제완
(매일경제신문 기자)

서이초 교사의 사망사건으로 교권 보호 대책 마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던 7월 27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긴급 현안 업무보고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당초 조희연 교육감,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장, 교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양천구 공립초등학교 교장 등의 참석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된 오전 10시, 회의장에 두 학교 교장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 사유는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회의 시간에 맞춰 도착했던 조 교육감은 10여 분간의 모두 발언만 전한 뒤 자리를 옮겼다.

결국 이날 회의는 교사 사망사고와 폭행 사건이 발생한 두 학교의 교장, 그리고 이 같은 교권 실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감조차 없는 맹탕 현안 질의로 끝을 맺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시도지사를 뛰어넘는 자치권을 가진 교육감이 교육 현안을 돌아보고 관련 조례를 검토하는 시의회 현안 질의에 자리를 비웠다는 점은 공감을 받기 어려운 처사다. 그렇다고 서울시의회가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조 교육감은 이미 지난해 10월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조례안은 교권 보호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의 권리와 함께 학부모,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를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당의 책임인가를 떠나 10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해당 조례안에 대한 제대로 된 토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반성할 만하다.

그나마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에서 7월 27일 교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조례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점은 고무적이다. 해당 조례안은 이름에서부터 ‘교원의 예우’를 명시했을 뿐 아니라, 별도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구성해 교권 침해 행위를 정립하도록 했다. 두 조례안에 담긴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국민의힘이 별도로 조례안을 발의한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이제야 지난해 조 교육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조례안」과의 정합성을 따지면서 교권에 대한 논의가 시의회 내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게 됐다는 점이다.

시의회와 교육감이 내실 있는 토의를 거쳐 교권 보호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한국 사회에서 교육자치의 효능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