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의원 기고

고립·은둔 청년,
개인 아닌
사회문제로 다가가야

김용일 의원
(서대문4·국민의힘)
80대 부모가 50대 은둔형 외톨이를 부양하는 일본

최근 ‘은둔형 외톨이’ 등으로 대변되는 고립·은둔 청년이 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처음 떠오른 은둔형 외톨이는 방이나 집 등 특정 공간에 머물며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 활동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시가 지난 1월에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청년(19~39세) 중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4.5%로 추정된다. 이를 서울시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고립·은둔 청년이 최대 12만9000명,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약 61만 명으로 예상된다.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취업의 어려움’(45.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맺기 어려움’(40.3%)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고립·은둔 청년의 55.6%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생활을 했고, 은둔 생활 기간이 5년 이상인 청년 비율도 28.5%로 높게 나타났다.

30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이슈화된 일본은 현재 청년 은둔형 외톨이가 중장년으로 고령화돼 80세 부모가 50세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빈곤과 고립에 빠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추진 중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삶의 활력과 동기를 얻어 사회로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 및 맞춤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세부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고립·은둔 청년이 발견되면 현재 상태를 진단한다. 이후 활동형 고립 청년, 비활동형 고립 청년, 은둔 청년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심리 상담 및 일 경험 제공, 관계 형성 프로그램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본 의원은 서울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및 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으로서 사회적 약자 및 청년을 위한 의정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에 대한 애정과 개선을 위한 고심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관련 부서와 사업의 방향성과 개선점을 이야기하며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 정책은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적극적이고 더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①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고립·은둔 청년 인구 증가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향후 결혼과 출생률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세대의 저활력이 지속된다면 국가 전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고립·은둔 청년 발생을 개인의 문제라고 외면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실질적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②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문 상담 인력 양성

국내에는 고립·은둔 전문 상담 인력이 아직 부족하다. 고립·은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담사로부터 청년 당사자와 가족들이 2차 상처를 받기도 한다. 전문 상담 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해 청년의 회복 과정을 전담하고, 전문적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③ 회복한 청년의 사회 진출을 위한 실효성 있는 취업 교육 지원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특히 고립에서 회복된 청년들의 지속적 모니터링과 대응 마련이 아직 미비하다. 현재 서울시에는 청년을 대상으로 취·창업 교육 및 일자리 연계를 지원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정책이 있다. 이 사업과 연계해 회복된 청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교육과 취업교육을 지원하는 종합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④ 촘촘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위한 상위 법령 제정 필요

서울시를 포함한 각 자치단체는 2023년 7월 기준 총 31개의 고립 청년 혹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의와 지원 현황이 다르고, 조례가 없는 지역의 청년들은 사각지대에 놓이는 등 양극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상위 법령 제정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⑤ 위기 청년 적극 발굴을 위해 발굴 체계 및 언론 홍보 확대

고립·은둔 청년의 발굴은 기관이나 지인의 소개 또는 청년정책 홈페이지(청년몽땅정보통)를 통한 당사자 접수로 이뤄진다. 하지만 서울에만 최대 12만9000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이 필요하다. 자치구, 동주민센터, 복지관과 연계해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 청년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회복된 청년들의 사례를 홍보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한 걸음’의 용기를 응원하며

마지막으로 고립·은둔 청년에게 당부하고 싶다. 체계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궁극적으로 사회로 나오기 위한 마지막 ‘용기’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청년 스스로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회복된 청년에게는 고립·은둔 생활을 실패 경험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전한다. 당신의 ‘한 걸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