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 문화가 필요합니다.
김혜지 의원 (강동1·국민의힘)
예비 워킹맘 시의원으로서 본인과 배 속 아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동의 딸’ 김혜지 의원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2월 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신부로, 청룡띠 아들 ‘수달’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삭이지만 주민들을 위해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임신부로 의정 활동을 펼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과 뿌듯했던 점을 말씀해주세요.
왕복 2시간의 출퇴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동안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이용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며 이전엔 생각지 못한 임산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치며 “비켜!” 하시던 상황이 기억에 남습니다. 2015년부터 분홍색으로 강조한 서울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임산부들이 배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초기 임산부들의 경우 더욱 어렵고요. 시의원은 공식적인 육아휴직 제도가 없고, 남편 역시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직업입니다. 아이를 생후 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회기에 임기 중 출산 또는 육아를 하는 의원의 원활한 의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24개월 이하 영아에 한해 보호자인 의원과 함께 회의장에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각자의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에 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2022년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이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서울에서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높은 집값으로 인해 안정적인 주거가 어렵다는 점, 직업과 경력 단절에 대한 압박, 비혼 문화의 확산,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서울에서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육아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정책상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여성임에도 육아휴직을 쓰면 눈치를 보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당하는 사례도 전해 들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필요할까요?
아이가 아플 때 마음 편하게 아이에게 갈 수 있는 직장 문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정부도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공무원 사회에서도 ‘아빠의 달’ 등 남성의 육아를 적극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훗날 진급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자유롭게 쓰기 어렵습니다. ‘다자녀’에 맞춘 지원을 아이가 1명이라도 있는 집까지 그 대상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1명 있으면 1명 더 낳고 싶다는 마음의 벽보다 아이가 없는 부부가 아이를 가지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도 결혼과 출산 등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춤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약 6년 전부터 청년 전월세 보증금 지원 등 1인가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혼부부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소득 제한으로 맞벌이 부부는 지원받기 힘든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대상은 청년들이 신혼부부의 약 4배입니다. 그 때문에 결혼보다 혼자 사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진 것입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해결해야 하는데, 요즘 청년들은 돈을 벌어 결혼한다는 생각보다 본인의 취미에 더 투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청년이나 1인가구를 위한 정책과 결혼 및 출산 장려 정책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 키우기 힘든 시대’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인생에서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안겨줍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니 제 삶의 우선순위가 아직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한 배 속의 아이가 됐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엄마가 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임을 실감할 정도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지난 9개월을 되돌아보면 수달이와 함께한 매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서울시의회 워킹맘 의원으로 일하시면서 책임감이 더 강해졌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의정 활동을 펼칠 계획이신가요?
일과 육아를 동시에 잘해나가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의정 활동을 육아를 핑계로 게을리하거나 등한시하지 않고 지금처럼 서울시민의 교통안전과 교통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육아를 통해 겪게 되는 여성과 가족의 복지 증진과 일하는 엄마·아빠를 위한 정책이 서울시에 더 많이 생겨나도록 적극 추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