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호선
MZ세대의 키워드 ‘썸’과 ‘1/n’의 숨은 의미
절산과 단산을 강조하던 번영의 시절을 지나 세상은 생존과 번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MZ세대, 가임기와 결혼기의 청년들에게 애절한 요청과 유인을 넘어 협박까지 해보지만, 청년들은 관심이 없다. 20대 남성들이 자진해 정관수술을 하고 여성들의 비혼이 흔한 이야기가 된 요즘, 청년들의 심리적 자궁은 이미 닫혔다.
저출생의 원인이 기승전 ‘취업’이라고들 하지만, 이들이 생물학적 생산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이 단지 취업 고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먼저 이들 세대 저변에 두껍게 깔려 있는 불안을 읽어야 한다. 베이비부머와 X세대의 자식인 MZ세대의 상징적 단어인 ‘썸’과 ‘1/n’에 집중해보자. ‘썸’이라면 유행가 노랫말처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와의 관계 결정 방식에 관한 말이다. 될 것 같은 관계는 기꺼이 진입하겠으나 안 될 것 같은 기미라도 보이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세대의 완벽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수능은 만점에 가까워야 하고, 외모도 완벽에 가까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 신화 저변에 깔린 완벽주의라는 세대 신화는 사회적 강박이자 세대 불안의 표징이다. 심리적 불안은 사회적 불임을 유발한다.
거기에 형제 없는 독방 세대가 손에 쥔 휴대폰으로 강화된 1/n은 압도적 개인주의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OECD 국가 중 사회적 연대 점수에서 최저점을 기록하는 핵개인화 세대를 온몸으로 견디며 실감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성공 신화 속에 과도한 이상주의를 강박적으로 앓으며 성장한 이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의 높은 불안과 개인주의자들의 집단 고독은 아직 하지도 않은 결혼과 출산·육아에 대한 예기불안을 강화하고, 동시에 내 몸 하나 챙기는 것마저 숨이 턱에 닿는다고 느끼는 보수성과 보신주의에 집중하게 했다.
호모 퍼피(현생인류를 뜻하는 말로, 자연 서식지에서 억지로 떨어져 나온 동물)의 과도한 공감력도 영향을 미쳤다. 선한 본성을 바탕으로 친밀감과 유대감을 힘으로 여기며 생존해온 호모 퍼피가 다음 세대의 안정감에 대한 고민에 빠지면서 젊은 세대는 다음 세대가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고통과 짐을 지지 않도록 그 시작점 자체를 조율하고 있다. 그들은 제 몸 하나 책임지기도 어려운 시점에 또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이는 어쩌면 이 무책임한 사회에 나를 낳아버린 부모 세대에 대한 강력한 비관적 성토이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세대의 책임 다짐이리라.
사회가 익어야 사랑도 익는다
안 낳겠다는 세대에게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들에겐 ‘심리적 포만감’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집도 싸게 주겠다, 임신수당과 육아수당 그리고 출산휴가 등 뭐든 줄 테니 낳아만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누군가는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그렇게 많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번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않는가? 다시금 호감과 안전감이 차고 흘러넘쳐야 비로소 마음이 풀린다. 돈과 집 그리고 인간다운 삶이 충분히, 아니 넘치도록 주어져야 이들도 안전감을 얻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도울 것이라는 확신, 부족해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믿음, 실패해도 두 번째 세 번째 희망과 기회가 있다는 확인을 한 후에야 비로소 그들의 ‘심리적 자궁’은 기능을 재개할 것이다. 그러니 자원을 아끼지 말자. 마음을 아끼지 말자. 기쁨과 기대를 아끼지 말자. 이들 스스로가 사랑의 자정작용을 하도록, 삶의 불안을 넘어 기쁨의 썸을 타도록 시공간을 만들어주자. 모두 기억하자. 사회가 익어야 사랑도 익는다.
이호선(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노인상담센터장과 인성심리연구소장이다. 부모 교육과 가족 그리고 중년과 노년의 삶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고, 2015년 대한민국 미술치료 대상과 2018년 대한민국 휴먼리더 대상을 수상했다.
“불완전한 1인 청년이 아닌,
그 모습 그대로의 청년을 인정하기”
박주현(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평등인권분과)
명절 때마다 사회적 ‘결혼적령기’에 위치한 1인가구 청년이라면 마주하는 단골 질문이 있다. ‘애인은 있냐’, ‘결혼은 언제 하냐’, ‘너도 어서 애 낳아야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한국 출생률 0.78명의 시대, 저출생 원인은 청년들이 결혼 대상자를 못 찾아서가 아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노동환경, ‘영끌’ 해도 마련할 수 없는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 등 사회구조적 이유로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당하고 있다. 저출생 정책이라면 정확한 문제분석과 함께 그 원인에 맞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출생률을 견인하고 미래세대를 재생산하는 국가 자산으로서 청년이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시민 그 모습 그대로를 주체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재단법인 서울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 시민의 문화 향수 증진 대상에 미혼 남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서울시 역사박물관·미술관·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문화를 즐기는 기회 제공
+ 서울시가 문화 향유를 통해 미혼 남녀가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 공공의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혼인율 제고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