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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울음소리가 반가운 요즘 초보 할머니의 단상(斷想)

김은경(서울시 동대문구)

세 달 전 첫째 딸의 출산으로 그렇게도 바라던 할머니가 됐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누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작금의 저출생 현상으로 할머니가 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할머니가 된 직후부터 거의 매일 딸의 집을 찾아 육아를 돕고 있다. 음식 솜씨가 좋은 사돈댁은 집이 멀어 자주 찾진 못하고, 가끔 딸 부부를 위해 음식을 장만해오신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는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던 가부장적인 남편도 가끔 외손자를 집으로 데려오면 성심껏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서 달라진 세상을 느낀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 딸도 주말에는 언니 집을 찾아 조카와 같이 놀아주곤 한다. 맞벌이로 인해 평소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고 있던 둘째 딸이 최근 출산 계획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내게 귀띔해줬다.

가족이 각자의 상황에서 작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보탠다면 육아가 훨씬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실 전문직인 첫째 딸은 장기간의 육아휴직에 따른 경력 단절이나 줄어든 가정 수입도 꽤 걱정인 모양이다. 출산·육아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세상의 그 어떤 기쁨도 자녀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많은 이의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닐까. 1970~1980년대만 해도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강력하게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때와 같은 구호인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출산장려정책을 세워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든다는 건 우리 사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다. 동네마다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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