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의원
(강북3·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정책 중 가장 실패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인구정책을 꼽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성공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도 인구정책을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1970~1980년대 산아제한 정책 등 2020년대에는 인구증가율 제로(0)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가 그대로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인구문제가 심각한 것은 고령화가 함께 진행된다는 데 있다. 저출생은 우리 사회를 양적으로 축소시키고, 고령화는 사회의 원동력을 약화시킨다.

지난해 7월, 서울 선덕고등학교에서 저출생 문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학업과 함께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보며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교내 동아리 사회현안탐사대 학생 23명과 함께 현재 우리 사회의 인구문제와 저출생 문제를 개략적으로 설명한 후 3개 조로 나눠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40년 인구 감소를 목표로 했던 가족계획의 성공이 지금의 저출생 문제가 된 것처럼 시대에 따라 가장 성공한 정책이 가장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사회구조 변화에 대해 학생의 의견을 묻고 조별 토론 과정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저출생으로 일할 사람이 없어 사회가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력이 약해진다” 등 저출생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나친 비혼주의’, ‘남녀 갈등 조장’, ‘분단국가 특성상 군복무로 인한 사회 진출 지연’, ‘과다한 사교육비로 인한 육아의 어려움’, ‘육아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한 비혼과 저출생 부추김’ 등을 지적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공교육 위주의 교육개혁 필요’,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인터넷 위주의 홍보 강화’,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녀 지원 강화와 일자리 지역 분산’ 등을 제시했다.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당사자이자 인구문제에 직접 맞닥뜨릴 학생들의 시각은 기존에 생각지 못한 정책 방향에 시사점을 줬다. 남녀 갈등이나 타인과의 비교를 별개 문제로 생각했을 뿐, 이 부분이 인구문제로 직결되는 건 전혀 생각지 못했다. 청소년층에서는 ‘갈등’과 ‘불평등’ 요소가 사회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는 기회가 됐다.

불평등은 다른 사회문제에서도 심각하다. 부모 소득수준에 따라 교육·진학·취업·주거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진학과 노동에서 한정된 자리를 놓고 경쟁이 극심하다 보니 출산과 육아에 가질 여유가 없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불평등을 겪어온 청년세대는 연예인의 삶을 미디어로 접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기성세대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 아이에게 주변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낳지 않겠다는 극단적 생각까지 하게 된다.

실제 학생들의 의견 중에는 ‘저출생이 왜 문제인지’, ‘경쟁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는 근본적 의견도 있었다. 저출생이 과거에는 고민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위험이 됐다.

이를 심각하게 인식해 많은 정책이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이 셋을 낳으면 1억 원을 지급(자녀 수에 따라 이자 및 원금 탕감)한다는 공약을 내놨고,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18세까지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금 지급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이렇게 파격적 정책이 나올 정도로 인구문제는 이제 모든 정책의 최우선이 됐다.

저출생은 모든 사회문제와 연결된 만큼 해법을 찾기 어렵다. 가용자원을 투입했는데도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저출생을 해결하는 방향은 결국 시민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가 행복해진다는 기본 원칙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육아에 따르는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 시민이 행복한 환경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길을 가야 한다.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