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1명당 0.5명의 정책지원관이 배정돼 있는데, 이분들도
일이 많아 하루 만에 자료를 다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체급이 맞지 않는 경기’.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을 찾아 처음으로 시정질문을 직관하며 들었던 생각이다. 지난해 2월, 서울시 출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시의원들은 매번 오세훈 시장을 호기롭게 단상에 불러냈다. 그러나 시정질문을 처음 경험하는 기자에게도 시의원들이 시장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워 보였다. 실·국장과 수많은 업무 담당자를 대동하고 나온, 게다가 ‘서울시장’만 네 번째인 오 시장 앞에서 시의원들의 시정질문은 종종 길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원들이 던지는 많은 질문은 서울시민의 삶과 직결돼 있었다.
‘저건 좋은 지적인데 좀 더 취재해서 기사로 써야겠다. 시의원이 누구였더라….’ 그런데 그다음으로 당황한 지점은 ‘참고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에서처럼 질문 요지와 배경 자료가 보도 자료로 정리돼 깔려 있겠거니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시의원의 시정질문 자료는 정확히 이틀 뒤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자료가 너무 늦게 나와 기사를 쓸 수 없다고 하소연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시의원 1명당 0.5명의 정책지원관이 배정돼 있는데, 이분들도 일이 많아 하루 만에 자료를 다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시의회 정책지원관은 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선발한다. 즉 지원관 1명이 의원 2명을 지원한다. 지원관이 시의원 1명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없을뿐더러, 시의원들도 지원관을 공유하는 다른 시의원이 일을 시키면 ‘눈치 게임’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관이 육아휴직이라도 내면? 정원은 맞춰져 있으니 다시 뽑을 수도 없고, 해당 시의원은 지원관 없이 의정을 수행해야 하는 상태를 맞게 된다. 또 서울시에서 뽑은 공무원들이 배정되는 방식으로 시의원이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배정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
‘복불복 게임’이다. 서로 합을 맞추는 데만 대략 1년이 소요된다. 그나마도 합이 맞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서로 힘든 상황이 온다. 그래서 정책지원관 제도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의원에게 지원관을 1명씩 배당하고, 이들을 의원이 직접 선발할 수 있는 별정직으로 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지방의회의 조직권과 예산권을 보장하고 보좌관 제도도 정비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의회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다. 김현기 의장은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4월 총선 직후 입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30년을 맞았지만,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시점에도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기자들이 시의원의 활약상을 더 많이 기사로 담을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서울시의회가 더 많은 시민의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