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으로문화 시선

미술관에서 영화 보기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회화와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문화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논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

“저는 전맹(全盲)이지만,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누군가 안내를 해주면서 작품을 말로 설명해주었으면 합니다. 잠깐이라도 상관없으니 부탁드립니다.”

미술관에 이런 전화가 걸려온다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이 질문은 전맹의 미술 애호가로서 1990년대 후반부터 미술관을 방문한 시라토리 겐지가 실제로 미술관에 전화를 걸어 던진 질문이다.

미술관은 보통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관람객에게는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또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쟁터 같은 일터이기도 하다.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미술관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논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한다.

<라익스미술관의 새 단장 - 더 필름>(2014, 90분) 우커 호헌데이크가 페르메이르와 렘브란트 등 작가의 세계적 예술 작품을 소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증축 과정을 10년에 걸쳐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에는 미술관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직업적 고민과 삶, 갈등이 담겨 있다. 경매장에서 소장품을 구입하거나 예산 배정을 둘러싼 담당자의 고민, 건축 사무소 직원들과 미술관 직원의 고군분투 등 전시실 너머 풍경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이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짊어진 이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화이트 볼스 온 월스>(2021, 90분) 사라 보스 감독의 작품으로, 2019년 라인 볼프 관장이 취임하며 ‘포용성과 다양성(diversity and inclusion)’ 정책을 미술관 운영 전반에 도입하려는 지난한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의 제목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그룹 게릴라 걸스의 시위 구호에서 차용했다. 게릴라 걸스는 1995년 암스테르담의 스테델레이크 미술관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사와 전시를 비판하며 ‘White Balls on Walls’라는 구호를 외친 바 있다. 볼프 관장이 취임하기 전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의 소장품 중 무려 96%는 남성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또 의사결정을 하는 직원 대부분은 백인이었다. 이에 볼프 관장은 소장품 예산의 50%를 유색 인종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데 쓰도록 하고, 직원 채용에도 다양성을 도입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2022, 107분) 앞서 말한 시각장애인 미술 애호가 시라토리 겐지가 미술관을 순례하며 겪은 과정을 담은 가와우치 아리오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아리오 감독은 최근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한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다다서재)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리오 감독은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2년여간 직접 미술 전시회를 다니며 작품을 감상했다.

미술관은 사람들 간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다. 전시실에 설치된 작품 조명을 점검하는 선배는 후배 직원에게 이 종교화가 원래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어떤 빛을 받았을지 상상해보라고 권한다. 모두 더 나은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에게, 동료에게 그리고 역사 속 인물과 미래에 올 사람들과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도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뜨거운 대화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미술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우리 일상 속 미술관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한성백제박물관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전시 일정
~4월 6일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영상관
관람 요금
무료
문의
02-3701-9500
홈페이지
www.mmca.go.kr
서울의 선사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한성백제박물관

2000년 역사를 이어온 도시, 서울의 백제 유적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한성백제박물관. 3개 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백제의 한성도읍기를 중심으로 서울의 선사시대부터 고대까지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문의
02-2152-5800
홈페이지
baekjemuseum.seoul.go.kr

<보물선, 한성에 닻을 내리다>

한성백제박물관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2024 선사·고대 기획전’을 개최한다. 고려시대 난파선에서 발견된 국가지정문화유산 청자 매병 5점을 비롯해 57점의 문화유산과 한성백제박물관 소장 유물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 일정
3월 23일~5월 19일